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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은 Jan 06. 2023

가장 싫어하던 음식을 매일 먹어야 하는 일

루푸스 신염 환자의 평범한 하루 일상

나는 어렸을 때부터 편식이 심했다.

몸에 좋으니 두부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엄마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들었지만 좀처럼 두부 반찬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특히나 두부는 내가 가장 싫어하던 음식 중 하나였다.


그런데 루푸스 신염 진단을 받고 내가 가장 친해져야 하는 음식이 되었다.


저염식 식단을 위해 소금 간을 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해야만 했다.

달고 짠 음식을 사랑하던 나로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처음 진단을 받고 입원해있는 10일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식단이었다.

매일 이런 음식들만 먹고 어떻게 살지?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아야 하나?

그래도 조금은 먹어도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항상 음식에 관대하던 교수님께서 처음으로 단호하게 식단에 대해 말씀하셨다.


'국은 먹지 말고, 건더기만 먹으세요'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국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였다.

그 많은 종류의 국들을 전부 못 먹는다는 걸까?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퇴원을 하고 집에 와서 내 병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식단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나의 단백뇨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식단 조절을 해야만 했다.

(신장 투석.. 만은 피하고 싶다.)


20대에 내가 너무 내 건강에 소홀하고 살았구나. 지금이라도 내 건강을 위해서 식단 조절을 열심히 하면 내 몸에도 좋은 일 아닌가?


엄마는 재작년 말 암 초기 진단을 받고 좋아하던 모든 것을 끊으셨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밀가루를 아예 끊었고, 생활 루틴을 아예 바꾸셨다. 지금도 여전히 그 루틴을 지키고 계시고 건강을 많이 회복하신 상태이다.

그런 엄마를 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 2주 동안은 많이 괴롭기도 했다.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니 살기 위해 억지로 밥을 먹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자 두부도 나름 먹을만했다. 참 신기하다. 그렇게 먹기 싫던 나물들, 브로콜리, 시금치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별로 어려울 게 없다.

식단 조절 할 수 있다.


지난 외래 진료에 교수님께 한 번 여쭤봤다.


'교수님 매일 저염식 식단을 해야 할까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치킨은 먹어도 괜찮을까요?'


말은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2주에 한 번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밥 맛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셨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하시면서 먹는 것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하셨다.


저염식 저단백 식단을 유지하되, 주에 한 두 끼 정도는 먹고 싶은 음식도 조금씩은 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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