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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은 Jan 11. 2023

어제와 똑같은 하루인데, 오늘 아침 컨디션은 왜 이럴까

갑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어느 하루

하루 전날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계획해 놓고 잠을 자야 마음이 편한 프로 계획러 파워 j에게 예기치 못한 하루는 스트레스의 시작이다. 평범한 일상. 어제와 똑같은 하루인데, 오늘 아침 컨디션은 왜 이럴까? 평소와 달랐던 어제의 일상을 되짚어보았다. 다른 점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1) 집을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잠깐 졸았다. 그 이후로 콧물이 나왔다. 어디선가 글을 읽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가볍게 왔다가 지나가는 감기도 우리에게는 폐렴처럼 다가온다고. 그 사소한 변화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었나 보다. 나는 지난 몇 십 년간 코로나를 걸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일주일 이상 감기를 앓아본 적이 없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나 걸리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 남들보다 약한 면역력 때문에 배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2) 낮잠을 자지 않았다.

 한 달 전 병원을 퇴원하고 집으로 온 이후로 항상 낮잠을 잤다. 아침을 먹고, 약을 먹고 나면 안 졸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정신없이 졸음이 쏟아졌었다. 그런데 그 낮잠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좀 더 효율적인 하루를 보내보고자 어제 처음으로 낮잠을 자지 않고 버텨봤다.


3) 한 달 동안 지속된 저염식 루틴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세 끼니를 집 밥으로 챙겨 먹으려니, 다양한 식단을 하면서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요알못으로 살았던 나에게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제 참지 못하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스프 덜 넣은 라면 국물 2모금에 라면을 조금 먹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평소처럼 잠을 청했으니, 원래대로라면 오늘 아침 8시면 눈이 떠졌을 텐데 9:30에서야 겨우 눈이 떠졌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몸이 굉장히 무거웠고, 평소보다 두통이 좀 더 심했다. 도저히 어제처럼 스트레칭을 하면서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할 컨디션이 아니었다.  빨리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약을 먹어야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몸에 열이 있는 것 같아서 체온을 쟀더니 37.4도가 나왔다.

어제 아침 체온은 36.3도였다.

몸에 열도 있다.

어떻게 서든 아침을 먹어야 해서 입맛은 없지만 김치볶음밥을 준비했다. 억지로 밥을 먹는데, 갑자기 계란 비린 맛이 느껴졌다.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아서 쥐꼬리만큼 퍼온 밥 한 그릇도 채 다 먹지 못했다. 겨우 약을 먹고 다시 침대에 앉았다.


 



일을 그만두기 전 직장을 다닐 때는 그랬었다. 꼭 쉬는 날만 골라서 몸이 아팠다. 몸도 아플 때, 아프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서 가리는 건지 일을 하는 날에는 어떻게든 꿋꿋하게 버티다가도 쉬는 날만 되면 식은땀을 흘리고, 두통으로 시달리다가 오전을 다 보내야만 했다. 억울했다. 일하는 날 몸이 아팠다면, 내가 아픈 걸 누군가는 알기라도 할 텐데, 꼭 집에 혼자 있을 때만 이렇게 끙끙 앓곤 했다. 겨우 일어나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약을 먹고, 타이레놀 해열제를 하나 복용하고 겨우 다시 잠이 들면 저녁 즈음 남편이 집에 올 때는 또 평소와 비슷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 내가 간과했던 사실은,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으니 몸이 아프지 않을 거라는 착각이다. 집에 있다고 해서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는 시간은 없다. 루푸스 환자에게 가장 힘든 건 그런 순간인 것 같다.

워낙 다양한 증상이 있는 질환이라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나의 경우는 적어도 그렇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든데, 남들 눈에 보이는 통증은 아니어서 달리 아픔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  가끔은 누군가에게 꾀병 부리지 마-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 어느 날은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멀쩡하다가도, 또 어느 하루는 평범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아프기도 한다는 것.

그런데 그 고통은 나만 알 수 있다는 것.

그 점이 나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오늘도 역시나 저녁 시간이 다가오니 거짓말처럼 컨디션이 회복이 되고 있다. 다시 체온을 재보니, 열도 어느 정도 내렸다.



사람들이 말하길 루푸스는 평생 함께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친구라고 말한다. 이 친구 참 친해지기 어려운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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