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 Feb 25. 2024

Are u ready?

예비 고1, 거기 딱 있어!

  입시와 담을 쌓고 산 지 30년이 지난 터라 입시 용어에 익숙하지 않았다. 입시 선배의 권유로 저녁에 학부모 설명회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도착한 순서대로 학원에서 준비한 꾸러미를 나눠 주었다. 봄이 물씬 느껴지는 노란색 한지로 곱게 포장한 개운죽과 정성껏  눌러쓴 '입춘대길' 책갈피, 초콜릿과자, 사과즙, 떡등 정성스레 포장해 투명백에 담아 주었다. 이렇게 세심한 챙김을 받고 입장하니 뭔가 뭉클했다. 칙칙한 분위기에 아이들 땀 냄새로 가득할 것만 같았던 교실은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다.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가 아닌부모가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은  정보였다. 예를 들면, 현 대학 입시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하는 전형에는  무엇이 있는지, 각 등급별 비율은 몇% 인지, 대학에 따라 권장 이수 과목이 다른 점 등 용어뿐 아니라 전체 흐름을 설명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엄마들의 학습 정보력이 중요한 시기다. 놀라운 것은 수험생처럼 미리 준비한 개인 노트에 필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입시에 진심이었다.


자~ 어머니들! 오늘도 집에 가서 아이와 싸우지 마세요. 아이한테 공부하라고 소리 지른다고 공부하지 않아요. 우리가 할 역할은 조금이라도 공부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에요! 아셨죠?


사춘기 절정에 오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학습할 수 있도록 부모의 잔소리는 줄여야 한다는 것, 우리가 할 일은 맛난 음식과 매력적인 어투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아이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가 끝난 10시 무렵, 적당히 정제된 분위기와 묵직한 공기는 예전 고등학교 근처에 있었던 단과학원이 생각나게 했다.


 30년 전, 다니던 고등학교 근처에 한국학원이 있었다. 기다란 책상에 한 명씩 착석하고, 한번 자리에 앉으면 몇 명을 지나고 돌아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옆에  앉은 친구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탁한 공기에서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어 나는 결국 학원을 그만두고 집 근처 독서실을 택했다. 타이트하게 쪼는 맛이 없어 조금 불안했지만, 돌이켜보면 흥미진진한 시절로 기억된다. 독서실 자판기에서 핫초코를 뽑아 친구와 마시며 나눴던 이야기는 힘든 고등생활을 이겨 낼 수 있는 도구였고, 학교에서 하는 야간 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친구들과 놀러 간 농구 경기는 짜릿한 재미가 있었다.  


 모범적이지 않은 엄마 아들로 태어난 J에게 난 떳떳하지 못한 엄마이지만, 입시와 관련해 아이가 물어보면 잘 답변해주고 싶었다. 바뀌는 입시를 엄마가 안다고 아이 성적 등급에 얼마나 좌지우지할지 모르겠지만, 예비 중3 겨울 방학에 유명한 단과 학원에 전화해 설명회 혹은 학원 시간표를 묻기도 했었다. 그 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개강과 특강, 설명회 문자가 수시로 왔다. 하물며 들어보지도 못했던 학원에서 문자가 오기도 했다. 대치동 학원들 중 몇 선생님들은 학원을 그만두고 소규모 학원을 차리거나, 다른 학원으로 이동하면서 담당 학생 관련 정보를 가져가는 것 같다.(정확한 정보는 아님) 듣지도 못했던 곳에서 문자가 오기도 한다.   


 예비 고1,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나기 일주일 전!

학교별 내신 설명회 문자가 쏟아졌고, 예약 신청자를 받는다는 문자 알림이 왔다. 그동안은 아침부터 퍼붓는 다량의 문자를 신경질 적으로 삭제했지만, 이번에 온 문자들은 쉽게 삭제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배정 통지서를 들고 고등학교에 처음 간 J는 두툼한 5년 치 모의고사를 들고 왔다. 장학생 선발고사를 치른다며 학교 측에서 아이들에게 나눠 준 문제집이다. 외출복 차림 그대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젠 진짜 고등학생이라며 좋은 시절 다 갔다며 한숨을 쉬었다.


 배정된 고등학교의  내신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학원에  설명회 참석 신청서를 보냈다. 학원에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 부부, 나처럼 혼자 간 엄마 등 여러 부류가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 설명회는 아이들이 들어야 마땅하다. 정보 차원에서 알고 있어야 아이에게 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간 설명회였지만, 내가 안다고 그리 도움 될 것 같지 않았다. 과목마다 담당 교사가 나와 학교별 시험 출제 경향을 설명하자 엄마들의 눈에서 레이저가 쏟아졌고, 어떤 학부모의 예리한 질문은 교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묵묵히 단단하게 공부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체력을 보충할 스테이크용 고기를 샀다. 비닐 한 겹, 고기 한 겹,,,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20센티미터 높이의 냉동실 한 칸을 채웠다.  그래봤자 2주면 없어질 분량이다. 동네 엄마들의 추천으로 안# 그릴을 구매했다. 집에서 연기도 덜 나고, 기름이 덜 튀어서 언제든 구워 먹을 수 있다며 인기템이란다. 집에서 몇 번이나 구워 먹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하지 않을까?

 

 이제 건강 보조식품과  검진으로 마무리할 차례다.

피곤함을 덜어 줄 비타민 임000과 눈에 좋은 토00, 두뇌 활동을 위한 오메가 3, 소화제를 대신할 매실 원액, 치과 치료와 안과까지 검진 끝.

엄마는 준비 완료!


자~ 예비고1!! 준비됐나?





<개운죽 꽃말>

- 개운은 '운을 연다'는 뜻으로 운이 좋아진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험을 앞두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좋은 선물이다.

개운죽을 키우면 집안에 행운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오래도록 푸른 잎을 유지하며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 학기마다 필요한 만능치트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