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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솔 Oct 07. 2023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칵테일은 알아두자.

바텐더들의 최애에서 이제는 전 세계인의 최애 칵테일

칵테일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형태가 있다. 시트러스 주스를 사용한 상큼한 사워스타일도 있고, 탄산을 이용한 하이볼 스타일도 있고, 과일을 적극 사용한 펀치나 트로피컬 계열의 칵테일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칵테일은 시트러스 주스도 탄산도 펀치도 아닌 오로지 술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진 칵테일이다.


네그로니(Negroni)라는 칵테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진'과 '캄파리' 그리고 '스위트버무스', 이 세 가지 술을 사용하여 만드는 이 칵테일은 그야말로 술 더하기 술 더하기 술의 조합의 정수이다. 


술로만 만든 칵테일인데 독한 거 아닐까?

술만 들어간다고 해서 그렇게 독한 편도 아니다. 1:1:1의 비율로 만들었을 때 희석량까지 고려하면 15도에서 20도 사이 정도이다. 이것은 한국의 소주 도수와 비슷한 수준이며 우리 술찐이들은 이마저도 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채로운 향과 맛 그리고 적잖은 당이 포함되어 있어 소주만큼 알코올향이 역하게 튀는 칵테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그리고 인기 있는 칵테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0년 이전에는 꾸준히 10위권에 있었지만 1위를 한 경우를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2020년 이후 자료들을 보면 네그로니가 1위인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제는 꽤나 유명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찾으며 바텐더들 또한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바텐더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고 사랑하는 칵테일 중 하나이며, 그들은 이것의 레시피를 평생 연구하고 고민한다. 

만약 네그로니라는 칵테일을 처음 들어봤다면 당장 마셔봐라. 칵테일에 관심이 있고 알아가고 싶은 단계라면 네그로니는 절대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며 언젠가는 만나게 될 칵테일이다.



"Shut up and Negroni"

세상의 많고 많은 칵테일 중에서 네그로니가 차지하는 포지션은 '밸런스'라고 나는 생각한다. 달콤함과 쌉싸름한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다양한 자극으로 혀를 즐겁게 해 준다. 


낮은 도수의 칵테일만을 좋아하는 사람도 약간의 도전정신만 있으면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으며, 

높은 도수의 칵테일이나 하드리커만 좋아하는 사람도 입가심을 하거나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Sweet and Bitter"

어디에 내놓아도 멋진 역할을 하고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이 칵테일이 인기 칵테일 1위를 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여러분이 맛없는 네그로니를 마시고 '이 딴 게 1위라고?'라는 반응을 보일까 봐 걱정이다. 부디 좋은 바에 가서 네그로니를 마셔보길 바란다. 



"Vermouth"

네그로니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술의 브랜드를 지정하는 것과 레시피를 선택하는 것, 만드는 과정을 설계하는 것 등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스위트버무스'에 관해 짧게 이야기하고 싶다.



버무스(Vermouth)는 기본적으로 와인이 베이스이다. 도수를 높인 와인에 다양한 향과 첨가물을 넣어 만든 가향된 강화 와인의 일종으로 보는 게 쉽다. 


외국인에게 '김치'를 설명할 때 '배추를 재료로 만든 발효된 매운 피클의 일종'이라고 설명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겠지만 김치는 김치이지 샐러드나 피클이 아니듯이, 버무스도 가향된 강화와인보다는 버무스 그 자체로 받아들여보자. 


어쨌든 이 버무스는 와인이 베이스이기 때문에 개봉된 후에는 산화하면서 맛이 변하고 풍미가 날아간다. 따라서 보관이 중요하며 관리가 까다롭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개봉 후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정도로 상미기한으로 본다. 어느 업장이든 버무스의 관리가 상당한 골칫거리이다. 상미기한을 지키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버무스를 구비했다가는 버리는 게(보통은 그들의 배로 들어간다) 반 이상이 될 때도 있고, 그렇다고 버무스의 종류를 줄이면 맛의 다양성을 추구하기가 어렵다.


바텐더들은 욕심이 많아서 본인 업장에 다양하고 많은 버무스들을 구비해 놓길 원한다. 그래야만 칵테일마다 다른 브랜드의 버무스를 사용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고, 상황에 맞게 변주를 주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맛이 변해서 버리게 될 것인가 종류를 줄일 것인가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술이 바로 버무스이다. (물론 버무스 종류가 많아도 로스가 안 날 만큼 장사가 잘되는 곳도 있다...)



네그로니를 만들 때 진과 스위트버무스의 브랜드는 다양하게 바꿔가며 만들어 볼 수 있지만 캄파리는 고정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먼저 캄파리를 중심으로 한 다음 그 주변을 진과 스위트버무스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네그로니를 만들 때는 너무 개성 넘치는 진이나 버무스의 사용은 지양하는 게 좋다. 친자노사나 마티니사의 것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제발 바텐더라면 신선한 버무스로 만들자."

 



사실 네그로니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너무나도 많다. 나뿐만이 아니라 업계의 모든 바텐더들이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업계 동료들과 네그로니에 관해 토론하다 보면 하루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그만큼 네그로니라는 칵테일은 바에서 참 중요한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다.


앞으로 네그로니에 대해 몇 번은 더 이야기하겠지만 오늘 이야기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서 바에 놀러 가서 네그로니를 주문해 보자. 그러면 눈이 반짝반짝해진 바텐더가 tmi 풀어놓으며 만들어 줄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물어보라. 그러라고 있는 바텐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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