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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일기]수현의 기록

(작은)수현 아니고 대학크루 (큰)수현;))

4 9처음으로 의성 땅을 밟아보다

로컬 메이커의 첫 OT 장소인 의성 가는 길. 기차 타고 이렇게까지 멀리 가는 게 처음이라 여행을 온 것처럼 모든 게 설렜다. 창 밖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처음으로 만날 크루들은 어떨까 상상도 해보고, 자리마다 놓여 있는 여행 팸플릿을 뒤적이느라 피곤한지도 몰랐다. 기차와 시내버스를 타고 마침내 밟아본 의성 땅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참으로 새롭고 색다른 곳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고층빌딩 없이 탁 트인 전망. 상가들이 즐비한 거리에서도 대부분의 건물 높이는 2,3층이였다. 시원스러운 풍경이 주는 해방감에 나도 모르게 길을 걸으며 계속 시야를 저 멀리 바라본 것 같다. 도시에서는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걸었다면 여기에서는 걸을 때 시야를 넓히게 되었다.

두 번째는 사람 냄새나고 예스러운 가게들. 지나가는 버스부터 가게들까지 하나같이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밴 공간들이다. 주변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고민해볼거리들이 생겼다. 낡고 오래된 곳을 재개발하지 않는 건 ‘방치’인가, ‘보존’인가? 레트로의 유행에 발맞춰 옛 건물들을 “현대적인” 레트로 느낌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보존이 아닌, 또 다른 현대화가 아닌가? “더 멀리, 더 높이, 더 새롭게”를 추구하는 현대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곳에 온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세 번째는 마늘. ‘의성은 마늘에 미쳐 있는 곳이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올 정도로 마늘과 관련된 것들이 주변에 많았다. 마늘 모양의 화장실부터 마늘 모양의 가로등까지, 마늘의 활용이 다양해 길거리를 다니며 이를 찾는 게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4월 16난생처음으로 강화를 가보다

 강화는 서울 근교 여행지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가지만 놀랍게도 나는 이번 OT를 통해 처음으로 강화를 가게 되었다. 처음 가본 강화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라는 말처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조끼리 강화읍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시간을 보냈는데 강화고 친구들은 늘 가던 곳이라 익숙했던 반면 나와 대학 크루 친구는 완전히 관광객 모드로 “와~”하면서 다녀서 반응이 대비되는 게 왠지 웃겼다. 앞으로 강화에서 계속 활동하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고등학교 친구들이 조금 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친구들과 처음으로 간 곳은 강화고 친구들이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오르는 강화 북산 벚꽃길. 마침 한창 벚꽃 피는 시즌이라 다 같이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북산을 내려오는 길에 있는 강화성당. 겉에는 한옥의 모습이지만 안에는 개화기 분위기가 나는 성당의 모습이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들이 나올 법한 곳이었다. 단순히 옛 성당을 보존한 게 아니라 이곳에서 실제로 지금까지도 미사를 드린다는 게 강화성당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세 번째로 간 곳은 고려궁지. 고종이 몽골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39년간 머물렀던 곳이다. 한옥 건물 앞에 놓여 있는 400년 된 멋스러운 느티나무를 보면서 한옥의 멋은 자연과의 조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5월 7강화에 있는 책방 사장님들을 만나게 되다

 이 날 우리 조는 강화읍에 있는 책방 두 곳을 투어 하며 사장님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딸기책방”. 귀여운 이름처럼 건물 외관도 동화 속에 나올 것처럼 아기자기했다. 안에 있는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아늑한 천장과 다양한 그림책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실내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사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주변에 시선이 계속 갔다. 사장님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너무나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공간과 지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여실히 느껴져 나 또한 이곳에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나 동네 주민분들이 이곳에 모여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대해 들으며 ‘와… 정말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나이대의 다른 인생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게 참으로 좋아 보였다. 버스를 몰고 있던 기사님이 옆을 지나가던 할아버지와 익숙하듯 잠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다른 주민들의 이야기를 건너 건너 다 알고 있다는 점. 동네 사람들의 관계가 끈끈하다는 게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 번째 책방은 “꿈 공작소”였다. 이곳은 책방의 느낌보다는 여러 커뮤니티들의 만남의 장소와 같았다. 사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다 같이 점자책에 들어갈 문장 하나씩 만드는 체험을 했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활동이라 은근히 힐링되고 61명의 손을 거쳐 점자 책 한 권을 완성하는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이곳에서 매주마다 사장님께서 동네 어머니들과 함께 책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하고, 근처 고등학교 책 동아리가 이곳에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역 내 커뮤니티를 생성하고 뜻깊은 활동들을 같이 하는 게 건강하고 생기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의 힘, 이것의 중요성을 느꼈다. 


5월 14강화 친구들과 함께 서울 투어를 하다

  이전 활동에서는 강화 고등학교 친구들이 대학 크루들에게 강화를 알려줬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강화 친구들에게 서울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우리 조는 혜화와 광화문 투어를 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혜화동! 점심으로 태국 음식을 먹고 보드게임 카페에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는 다들 낯을 가렸지만 게임을 하면서 확실히 아이스브레이킹이 되고 분위기가 편해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 후 ‘옥탑방 고양이’라는 연극을 본 뒤 바로 광화문으로 넘어갔다. 

주변 맛집들과 볼거리가 많은 교보문고, 밤에 보면 예쁜 덕수궁과 청계천 거리, 그리고 고층 건물과 대비되는 경복궁의 모습. 강화 친구들에게 내가 가장 애정 하는 광화문을 소개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우선 저녁을 먹었는데 우연히 가게 된 김치찌개 집이 알고 보니 <수요미식회>에도 나온 맛집이었다. 어쩐지 골목골목 사이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서 고수의 향기가 느껴졌다… 밥과 김치찌개, 그리고 계란말이의 조합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조합! 저녁을 든든하게 먹은 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매서운 칼바람에 다 같이 덜덜 떨며 덕수궁 돌담길에 있는 유명한 와플을 먹은 후 덕수궁 안으로 들어갔다. 덕수궁은 경복궁과 달리 밤늦게까지 야간개장을 해서 누구나 쉽게 덕수궁의 밤을 즐길 수 있다. 노랗게 빛나는 창호지와 어두운 하늘색과 대비되는 오방색의 지붕 처마… 조선 궁궐의 미(美)는 밤에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한참 주변을 둘러본 뒤 한옥과 양옥의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석조전 계단 앞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개인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기록했다.


로컬메이커 5기 대학크루 (큰)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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