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대견했던 2024년을 돌아보며..
2024년 버텨온 나를 돌아보려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2021년 01월. 경단녀의 긴 시간을 마감하고, 새롭게 구한 직장.
4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해질 정도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료들. 특히나 업종이 HRD사업을 하는 회사였기에 나의 직무는 너무나도 할일이 많았고, 실리콘벨리 회사 저리갈만한 좋은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늘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마지막에 받았던 연봉에서 무려 1,000만원 이상 깍였다. 돈은 그렇다고 치지만.. 문제는 계약조건이였다.
육아휴직 대체 자리로 1년 계약직… 휴직했던 분이 다시 복직한다면 내가 했었던 모든 일들을 다시 주고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조건. 하지만 나에게 선택권이 많지 않았기에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곳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1년 육아휴직 대체자로 적합했을 것 같다. 아쉬운게 많은 이력서.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이력서.
사실 육아휴직 대체자 계약직이 제일 뽑기 어려운 자리인데..
다행이도 좋은 조직문화, 좋은 동료 덕에 1년 6개월 가량 휴직자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물론 나의 생각이지만 잘 해냈던거 같다. 하지만 나에게 안정적인 정규직 제안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이유는 긴축 경영으로 모든 채용이 올스톱 된 상태에서 정규직 자리를 하나 더 만들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내가 속했던 팀에 실장님은 내가 여태까지 봐온 리더중에서 최고의 여성리더라고 생각한다. 배울점이 많고, 무엇보다 가치관도 너무 잘 맞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믿었지만.. 다른 여러가지 조건이 일에 몰입하는게 어려움을 주었다. 사업적으로 비전을 못느꼈던게 가장 컸던거 같다. 그 바닥을 잘 아니깐.. 기업에서는 그 사업이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는지 아니깐 더욱 그랬던거 같다.
사실 점점 기업의 HRD는 기업의 고유의 학습문화와 연결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데 많은 과제를 할애한다. 아웃소싱에서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었고, 내가 다녔던 회사는 그 중에서도 이러닝에 집중한 사업으로.. 거기에 대한 비전을 못느꼈던것 같다.
기업의 인하우스 교육 담당자로 이직을 알아보던 중.. 거리는 멀지만 시원하게 연봉을 쏴주고, 무엇보다도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을 만났다. 게다가 지방이긴 하지만 멋진 사옥도 가지고 있었고, 반도체 관련 업종으로 업태에서는 1차 벤더 회사로 규모도 꽤 큰 기업이었다.
어차피 서울로 출퇴근도 편도 1시간, 내리 밟아서 1시간정도는! 그리고 장거리 운전이 나의 특기니깐. 가능할꺼라고 생각했다.
편도 50키로, 왕복 100키로, 전 직장 주 4일제, 주 5일제, 연봉 32% 인상, 정규직, 메인 업무 조건! 무엇을 선택했을까? 사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것 같다.
하지만 새로 간 곳은 녹녹치 않았다. 스폰서가 자주 바뀌는 월급 사장제인데 나를 뽑은 임원, 부사장이 내가 입사하고 순차적으로 날라갔다.
임원은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사내 정치에 휘말려 날라갔는데.. 그 때 정말 당황스러웠다.
주 5일제도 적응안되는데.. 시차 출퇴근은 안되서 등원/하원 돌봄이모님을 써야하니 육아비용은 두배가 되었고, 기름값, 톨비를 하면 연봉 32%가 오히려 손해가 되었다.
게다가 인사팀내에 HR vs HRD 그룹장 간 파벌? 영역싸움은 어마한 상태였다. 거의 칼만 안가지고 다녔지 언제 등에 칼 꽃을까.. 그것만 찾아 헤매이는 하이에나들 같았다.
그 아래 직원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이랄까.
그래도 내 역할을 해내야지! 죽으란 법은 없다고, 창업주 회장이 조직문화 / 교육을 엄청 중요시 한다. 조직문화 진단 점수로 계열사를 평가하는 하나의 꼭지가 있을 정도이니.. 첫 미션은 핵심가치 내재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 ! 액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나의 경험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나의 리더는 HRD컨설턴트 출신이다. 이론과 기획력은 정말 좋은데 How to가 너무 이상적이었다. 현실적으로 어떤게 더 효과적일까. 나의 경험을 어필하여, 핵심가치 내재화 전사 워크숍을 기획하였고, 처음으로 A~Z까지 수행한 프로젝트였다.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에 없었던 방식이였고, 나 또한 기획력, 퍼실리테이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문제는 회사가 사내 정치판이다. 열심히 쌓아 올리면 그 성과를 시기해서 무너뜨리고, 제도 변경에 의견은 누군가를 위협하고,,,
연말 시상에 부사장의 추천을 받고 수상까지 했지만 상을 받으면서 그렇게 기분이 찝찝한건 또 처음이었다. 어떻게든 안주려는 세력과의 적당한 합의였을까?
그 또한 나의 몰입은 많이 흐트러졌다. 한번의 이직 실패가 나를 더욱 겁쟁이로 만들었다.
경력이 그만큼 쌓여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었겠지.. 여러가지로. 또 열심히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면접을 보러 다닌다.
새삼 말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회사가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을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얼마나 좁은 시야로 살았었나. 싶다.
넥센타이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회사라고 생각했으니.. 왜냐하면 나의 스펙으로 그 회사 이상은 절대 못간다는걸 알아서였을까?
무튼 나의 이직도전은 계속되었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의료기기 제조업인데 영업이익률이 50%가 된다는 말이 믿을수가 없었다.
헤드헌터를 통해서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나올지 안나올지 모를 성과급으로 무척 꼬셨다. 연봉에 23%가 평균이라고.
어차피 다른곳으로 이직할 땐 기본급으로 산정하는데.. 그게 다닐때는 의미 있지만 나중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걸 여러번 이직 끝에 알았으니깐.
하지만 사업이 너무 좋고, 인터뷰를 봤을 때 만난 리더, 특히 임원과 대표의 가치관, 실력? 내공이 느껴져서 더욱 땡겼던거 같다.
어디서부터 꼬인건진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역시나 편하지만은 않은 인간관계에 처음엔 많은 시간이 위축되었다.
교육하라고 뽑았는데 교육은 언제할꺼냐며.. 여러가지로.. 잘해도 시기질투를 받고 조금의 실수는 약점으로 잡히는 공격자들이 많은 느낌이 있었다.
사실 어디까지나 내가 느낀 감정이긴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는 편이기 때문에 쉽게 느낄수 있었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그 시기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또 다시 이직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었다. 근데 어떻게 버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마음공부 관련한 유튜브도 찾아보다가 책 욕심만 많아서 사기만하고 안읽은 책중에 하나씩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독서동호회가 생겼다는 같은 본부에서 만든거라.. 큰 고민없이 가입하면서 나의 독서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책으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보고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행복하게 일하는 연습이라는 책을 보면서 그래.. 진짜 내가 일하는 이유를 찾아보자. 근본적인 생각을 다시 다듬으면서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미약하지만 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이해해주고 인정해주면서 단단해져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는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나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그럴수도 있겠다.라고 그 사람을 이해, 존중하게 되며 미움 받는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누군가가 그저 이유가 있던 없던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라는 것!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다. 아니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느끼는 점은 모두가 다르다.
연말 행사에 섭외한 포레스텔라 공연을 보고 느끼는 점이 다 다른것처럼. 우와 노래잘한다. 누구? 가수? 섭외비용 얼마? 등등등
그렇기 때문에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요할수도 없고, 내가 바라는데로 생각할수도 없다. 그건 그 사람의 감정이니깐.
그 결과 1년동안 뭐했냐.. 당신 때문에 팀 성과가 안났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지만 그 역시 그의 생각이고 그걸 내가 어떻게 바꿀수는 없다. 나는 신규입사자인데도 연차휴가가 4개나 남을 만큼 열심히 충실하게 직장생활을 내 역할을 해내었다.
화룡정점을 찍은 이어엔드파티는 모두의 우려와 얼마나 잘하나 보자. 라는 표현이 뭘까?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행사를 잘 마무리했고, 칭찬에 인색하던 이사님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이사라는 직책에 오른만큼 이 행사를 임원의 위치에서 즐기게 해드리고 싶다는 마음 한켠의 목표도 이뤘다는 점에
내 편이 하나 없던 어려운 환경속에서 꿋꿋하게 잘 버티고 해낸 내가 진심으로 대견스럽다.
이렇게 휴가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 수 있었던게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2024년 다산다난했지만 어느해보다 성장한 한해. 올 한해 정말 고생 많았다. 잘 이겨냈다. 참는게 아닌 뚝심있게 버텼다. 라는 말로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술을 완전 끊었다.라는 말은 1년정도 지나고서야 할 수 있겠지? 아니 평생인가? ㅋ 아직 안먹고 있습니다.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고 술로 모든것을 풀었던 습관을 고쳤다는게 나의 성공 요인이자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여행은 술! 이라는 나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깨고 더 남는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칭찬해주고 싶다.
고생했다. 성장부스터! 내년에도 나를 믿고, 한 단계 더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