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떠돌아다녔던 나의 생각 정리
2023-12-13(월) - 새로운 직장 첫 출근!
경력 10년 차에 4번째 회사로 옮기기로 결심한..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작년 나는 설렘보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뭐라도 즐기자는 마음으로 아들과 제주도로 퇴사여행을 떠났었다고 아이폰이 1년 전 오늘의 알람으로 알려줬다. 그랬었지..
한번 이직을 실패한 경험은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는 나의 친화력도 두려움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지만..
그때와 지금이 조금 다른 점은 현재 이 상황을 받아들임의 정도인 것 같다. 그동안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미워한 사람도 싫어한 사람도 많았지만 또 이런 관계의 종류는 처음인 것 같다.
뭔가의 큰 이벤트가 없었지만 (이건 나의 생각, 그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다) 거리 두기가 생겼고, 이런 종류의 사람들과 어떻게 지낼 수 있는지 배움을 주려고 이 시간을 지내나 보다.라고 현재를 받아들이기로..
머리속에는 그들과의 관계에 대한 의식과 생각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 지경은 아닌걸 보면 내면이 조금은 단단해진건 아닐까?라는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내본다.
1년전 이야기를 한 이유는 입사할 때 연말 행사 때문에 무조건 12/13일에 입사하라는 요구. 성과급을 받고 가겠다는 말에 샤이닝 보너스로 성과금을 쏴주겠다는 말이 사실 가장 혹했다. 돈을 떠나서 시원시원하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팀원급에서는 최초로 샤이닝보너스를 받고 입사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나를 바라보는 시선.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얼마의 연봉, 협상 조건을 다 알고 있는 그들은 그 기준이 위인지 아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보자”라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막상 까보니 뭐 대단한 것도 없네?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거나 혹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때면 잘난척을 한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전자던 후자던 마음의 그릇이 작다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민폐를 줬거나 크게 잘못한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미워한다는건 이유 없이 혹은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말하기엔 뭔가 쪼잔한 느낌이니깐 말 못하는거 아닐까 싶다. 흔히 마이너한 부분이겠지.
사실 낯선곳에 와서 적응하는 사람을 보면 짠하거나. 혹은 빨리 적응하게 도와줘서 서로의 일을 덜거나 시너지를 내고 싶은건 나의 마음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 조직에는 훨씬 많다는 걸 느낀다. 특히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그 가시가 더 도드라진다. 이런 저런 히스토리, 나의 생각, 방법을 이야기하면 그걸 듣고 싶은게 아니라.. 라고 꼭 한번은 무안 또는 무시를 준다. 일부러 그러는거 같다. 그래도 상관없다.
예전 같으면 분해하면서 집에 가는길 속이 얼얼한 국물닭발을 시켜서 포장을 뜯기도 전에 쏘맥 한잔을 쏴~ 들이 부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뭐 그딴 인간이 다 있냐며 분개 했겠지.. 그 사람의 말을 나의 말로 가지고 올 필요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져와봤자 나만 손해다. 어릴적 친구들이랑 하던 “반사”놀이가 얼마나 사람 열받게 했는지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반사”를 외쳤다. 무시는 무시로 넘기고, 평점심을 잃지 않는 것.
그래서 난 지금 1년전 봤던 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무도 비교하지 않지만 그들 마음속에서는 작년과 비교하겠지? 그래서 계속 이야기한다. 작년과 동일하게.
난 그럼 나를 왜 뽑았냐고 묻고 싶다. 작년과 동일하게 할꺼면!!
그렇지만 그런일로 싸워봤자? 이전 직장과 동일한 꼴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고, 사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인류를 구하는 일도 아닌데, 그리 목숨걸고 나의 소신을 지킬 필요가 있나 싶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정답!이 있는 일은 아니기에.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된다. 그들의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 가혹한 혹평을 남길 것이니 적당히 따라준다.
바쁜 시간들을 보내면서 이전처럼 짜증이나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내가 해야할 일,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나가다 보니 어느덧 정리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난 다음주에 준비된 행사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홀가분히 썸머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갈 것이다.
여행 준비는 거의 못했지만 들뜨지도 가라 앉지도 않은 적당한 기분을 유지하려고 한다. 끝내고 하나씩 준비해도 늦지 않다. 우리에겐 로켓배송이 있으니깐!
요즘 나는 나의 줏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하고 고민한다. 내 기준에서는 수용성이 높은 사람이라고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남이 봤을 땐 줏대 없는 사람 혹은 듣는 척만 하는 사람이로 보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을 하다보니 나의 어릴적의 경험을 떠올려본다. 우리 아빠는 여전히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의사소통을 고집하고 있다. 근데 이건 배우지 못해서 그런거지 가족을 무시해서 나온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들면 엄마랑 같이 심수봉 콘서트를 가고 싶어서 오빠한테 티켓을 예매해달라고 한다. 참 좋고 고마운 마음이지? 하지만 그걸 받는 엄마는 황당하기만 한다. 같이 갈꺼면 심수봉은 좋아하는지, 그때 일정이 있는지는 물어봐야하는거 아니냐고~ 화를 낸다.
제 3자인 나는 좋은 마음으로 예약한건데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라고 묻자. 엄마는 무시 당한거라고 분개를 한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또 깨닫는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아빠한테 나의 의견을 이야기해서 수용해줄거라고 생각을 거의 안해본것 같다. 불행중 다행인건 엄마는 나의 의견에 많이 수용해주는 편이였다. 그래서 수용 받는 경험고, 거부 당한 경험도 어찌보면 반반 있는거 같은데, 아빠와 여전히 힘든 대화를 보면 내면속에서는 나의 이야기가 받아드려지지 않을꺼야. 라는 마음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것을 여전히 과의식하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스타에 게시물을 올릴때도.. 누가 그렇게 보는거 아니야? 그런 의도는 아닌데.. 등등등 많은 생각들과 더불어 명확한 의도를 가진 글만을 올리는 내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런거 같다라고 깨닫는다.
내가 과하게 타인을 의식하고 그 타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 언행을 많이 하고 있구나.. 라고
단번에 다른사람으로 교정은 어렵다. 하지만 하나씩 연습해 볼 생각이다.
제 생각은요! 까이더라도 이야기 해보는 연습. 누가 그래? 라고 하면 제가 그래요. 라고 답할 수 있는 용기.
거절을 마음속으로만 거절하지 않고 앞에서 맞설 수 있는 용기
모든게 한 끝 차이다. 뒷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앞 이야기를 할 수 없을때 생기는 것 같다. 난 그동안 뒷 이야기를 많이해왔다.
가끔은 이 뒷이야기가 돌고 돌아서 당사자에게 들어가면 어떤 핑계를 대지? 라는 것까지 생각했으니깐. 그러면서도 그 뒷 이야기는 잘 멈추지 못했다.
바로 앞 이야기하기 연습은 무리가 있을테니 뒷 이야기 안하는 연습부터 하려고 한다.
둘다 용기가 필요하지만 꾹 참는 용기가 좀 더 지키기 쉽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뒷 이야기 금지령을 나에게 내려보려고 한다.
나의 뒷이야기는 여기다 푸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