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녀와 얼마나 소통하고 있을까?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2016년)에서 OECD국가 중 매일 자녀와 대화하는 부모 비율을 조사하였다. OECD 국가는 70.0%였으나 한국은 50.3%로 대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나마 주로 대화도 식사(외식) 중(47.5%)에 하는 것으로 나타나 따로 시간을 내어 가족 간에 대화하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13분 정도에 그쳤다.
가족 간에 소통이 적은 이유로
첫째, 대부분의 아이들이 주중에는 사교육(82.%)에 거의 7시간씩 참여하고 있고 둘째, 맞벌이 부모가 더 증가하였으며 셋째, 나이에 관계없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현저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서로 만나 대화하기보다 각자의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오늘은 뭘 먹을까?’ 라며 카톡으로 주고받는다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이 늘고 부모의 맞벌이와 자녀의 바쁜 학업이 가족 구성원 간의 대화 시간이 줄고 이것이 세대 간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도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통이 부족한 편이었다. 일하고 무척이나 바쁜 엄마였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을 깨워서 밥 먹이고 출근하는 것만도 전쟁이었다. 돌봐주지 못하는 동안 큰아이는 학원과 공부방을 전전했다.
어느 날, 큰아이를 돌봐주는 공부방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책상에 엎드려 잠깐 자고 일어나서 계속 운다는 것이다. 난감해하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왜 울었어?”하고 물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어?”하고 물어도 역시 묵묵부답!! 대답을 하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도 없고 너무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슬금슬금 화가 올라왔다.
“말을 해야 알 거 아니야?”언성이 높아지고 아이를 다그쳤다.
여전히 진정되지 않은 아이는 놀란 나머지 더 크게 우왕~~ 하고 울었다.
“이제는 안심해. 엄마가 옆에 있을게. 괜찮아”하며 그냥 안아주고 아이가 진정되어 말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성급하고 사나웠는지 소통의 기본도 모르는 철없는 엄마였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들을 많이 보았다. 그동안 학부모의 세대도 바뀌었다. M세대의 학부모들도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Z세대의 교사들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젊은 교사들도 그들의 부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성장하였다. 대면보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MZ세대의 부모와 교사들 역시 자녀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혹시 내가 아이를 키울 때처럼 아이와의 소통의 문제로 자책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면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지만 함께 조금씩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봐요.”
등을 토닥토닥해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먼저 육아를 해 본 한 사람으로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함께 나눠 보면서 학부모들의 고민 지점인 엉킨 실타래를 함께 풀어갔으면 좋겠다.
<결국은 부모의 말이 전부다, 한선희, 미다스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