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놓아줌과 방임은 다르다

by 강희수

놓아준다는 말은 종종 방임으로 오해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아무 기준도 제시하지 않는 것, 아이의 선택에 개입하지 않는 것. 그러나 그것은 놓아줌이 아니다. 관계에서 물러난 상태일 뿐이다.


놓아줌은 사라짐이 아니다. 오히려 존재의 방식이 분명해지는 상태다. 방임은 관계의 책임을 내려놓는다. 놓아줌은 관계의 중심을 분리한다.


아이에게 놓아줌이 안전하게 작동하려면 부모의 자리가 먼저 단단해야 한다. 부모가 자기 삶을 유지하고 자기감정을 관리하며 자기 선택의 책임을 지는 상태. 이 상태일 때 부모는 아이를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방임은 부모가 자기중심을 잃었을 때 나타난다. 아이의 선택에 무관심하거나 아이의 상태를 보지 않거나 아이를 통해 자기 불안을 해소하려 할 때 생긴다.


놓아줌은 무관심이 아니다. 개입하지 않는 관심이다. 아이에게 선택할 공간을 주되 그 선택의 결과가 완전히 아이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곁에 머무는 방식이다. 그래서 놓아줌에는 항상 구조가 있다. 기본적인 안전선, 최소한의 책임선, 그리고 되돌아올 수 있는 기준. 이 선들이 있을 때 아이는 자유를 버팀목으로 느낀다.


방임에는 이 선이 없다. 그래서 아이는 자유를 짐으로 느낀다. 무엇을 해도 되는 자유, 그러나 무엇을 해도 지켜봐 주는 사람이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 아이는 불안을 느낀다.


아이는 자유를 원하지만 혼자를 원하지는 않는다. 놓아줌은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다른 자리에 서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지만 아이의 결과를 외면하지도 않는다.


이 균형은 부모에게 더 어렵다. 붙잡는 것은 즉각적인 안정을 주지만 놓아주는 것은 시간을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조금씩 달라진다. 아이의 선택은 부모를 시험하지 않게 되고 부모의 기준은 아이를 억누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이 장의 결론은 분명하다.

놓아줌은 아이를 자유롭게 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통해 자기 불안을 관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방임은 관계를 비워 두지만 놓아줌은 관계의 자리를 다시 정렬한다. 그래서 놓아줌은 아이를 멀어지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에게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남긴다.


아이에게 진짜 안정은 붙잡힘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부모의 자리에서 온다. 놓아줌은 아이를 혼자 두는 용기가 아니라 부모가 자기 삶에 다시 서는 선택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있을 때 아이의 자유는 처음으로 관계 안에서 작동한다.


다음 장에서는 아이에게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 통제와 어떻게 다른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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