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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단 차갑고
겨울보단 따뜻한 오늘,
저는 술잔을 비웠습니다
저에겐 분수에 맞지 않는
참 독한 술이었습니다
취기를 느끼고 나서야
무엇인가 잘못된 걸 깨달았죠
달콤함에 취해
점점 잃어 가는 나를
인지하지 못하였고
혼자, 이 술잔을
비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이 술을
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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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냄새가 지독하게 배인
저의 종이가 말라갈 때 즈음
글과 함께 저의 이상을
하늘로 높이 올려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은 그대가
잠시나마 가던 길을 멈추고
푸른 시월의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