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sumiki Jun 25. 2023

머리는 말리지만 가슴으로 갑니다

2023 여름휴가 

2017년 괌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었다.


둘째가 어리긴 했지만,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적응하며 경험을 해보는 것이 참 즐거웠다. 괌의 파란 하늘과 깨끗한 바다가 좋았었다. 막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첫째는 수영장에서도 곧잘 즐거워했고, 둘째도 컨디션은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누나를 따라서 잘 다니는 편이었다. 


2017 괌


하지만, 다음에 한번 더 와보자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우리 부부는 이왕이면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있어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괌이 두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2023년 여름휴가는 2017년 당시 어렸던 첫째, 둘째가 이제 초등학생이고, 막내가 20개월이니깐 애들 케어가 꽤 잘된다는 PIC로 간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제안해 보았었다.


그렇지만, 아내는 역시 새로운 곳이 좋았는지 괌을 가자고 했을 때


グアムは行ったことあるじゃん? (괌은 가본 적이 있잖아?)


라고 말했었다.


근데 이제는 처갓집 식구들과 같이 괌을 간다고 한다. 손위 처남 식구들과 몇 번의 국내외 여행을 통해 여행성향이 맞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굳이 여행을 같이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얘기했고 아내도 동의하였었다. 이번 여름 처남이 일본 국내여행을 제안했을 때도 아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일본이라면 애들을 데리고 가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았지만, 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같이 가야겠지만, 왠지 마지막에는 나 혼자 씁쓸하게 끝나는 끝이 보이는 여행이기에 끝을 보기가 싫었다.


일단 여행에 대한 답을 보류하고 내가 이상한 건가 주위에 남자동료들에게 물어봤다. 다들 처갓집 식구들과 여행을 잘 다니는지.. 4명에게 물어봤지만, 긍정적인 대답은 없었다. 절대 안 가거나, 사람을 가려서 가거나, 무지성으로 따라다니거나, 웬만하면 안간다 라고 한다. 반대의 경우를 여자들에게 물어도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것 같다. 


나의 경우 돌이켜보면 신혼 때에는 나쁘지 않았었다. 아내와 나 둘만 움직여도 되고 애들이 없는 상태였으니 신경 쓸게 적었지만, 이제는 애들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각자 가족들을 챙기는 것을 고려하면 역시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하루동일 붙어있어야 한다는 상황에서 성향이 여간 맞지 않아서는 힘들 것 같다.  


이렇게 이성적으로는 모든 상황이 가지 않는 것이 맞다고 하지만, 아내는 확고했다.


一緒に行かないとお母さんが韓国にちょっと来てうちの家族を連れてグアムに行くのはどうかって

(오빠가 같이 안 가면 엄마가 한국으로 잠깐 오셔서 우리 가족들을 데리고 괌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하네)


아... 그래?? 장모님까지 오실 필요가...


 やはり孫同士が一緒にいる姿を見たいみたい (역시 손자들끼리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가 봐)



머리는 말리지만, 가슴으로라도 가야 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99% 가기 싫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