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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sumiki Jun 17. 2023

99% 가기 싫습니다

2023 여름 가족여행 준비

매년 5월 초 연휴인 골든위크, 8월 여름 오봉 (盆, 매년 양력 8월 15일을 중심으로 지내는 일본 최대의 명절), 12~1월 연말부터 새해까지 기본 3번에 가끔씩 가족행사를 겸해서 처갓집이 있는 일본으로 가곤 했다. 그렇지만, 가족이 늘어나면서... 코로나 이후 늘어난 여행 수요로 비행기 값이 만만치 않게 오르면서... 이번 여름은 아내가 "この夏は海外に行ってみようか?" (이번 여름 해외로 갈까?)라고 말했다. (참고로 우리 집에서 일본은 해외가 아니다..)

 

2023년 5월


"좋지 어디로 가고 싶어? 괌에 다시 한번 가볼까?"


"グアムはこの前行ったじゃん. 暑くてじめじめした東南アジアに行きたい"  (괌은 저번에 가봤잖아. 덥고 습한 동남아시아 가고 싶어)


그럼 말레이시아 한번 가볼까?


좋아


최근 지인이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는데, 꽤 괜찮았다는 말을 전해 듣고는 이번 여름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


お兄ちゃんがお盆の時、日本国内旅行に行こうって言ってるね。あなた一緒に行く?

(친정 오빠가 오봉 때 일본 국내여행을 가자고 하네, 당신 같이 갈래?)


.

.

.

.

.


내가 당신 가족들을 좋아하지만, 예전 경험으로 같이 여행 가는 건 좀 힘들 거 같은데 일본 국내여행이라면 당신이랑 애들만 가면 안 될까?


そう. やっぱり旅行スタイルが合わなくて大変だろうね. 私たちだけで行ってもいい? 

(역시 여행스타일이 잘 안 맞아 힘들겠지? 우리끼리 가도 괜찮아?)


나는 괜찮지만 당신 괜찮겠어? 내가 안 간다고 하면 당신이 서운해할 것 같았는데


괜찮아요~~



아내가 갑자기 여름휴가를 일본 국내여행을 처갓집 식구들과 가지 않겠냐는 말에 꽤 당황스러웠다.  처남이랑 몇 번 여행을 다녀봤지만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모처럼의 휴가가 꽤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지칠 것 같기도 하고 등등 복합적으로 고민 끝에 솔직히 아내에게 말을 하였다. 10년 이상의 결혼생활 중 몇 번의 경험으로 비추어 처갓집 가족들과의 여행성향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둘은 이해하고 있었고, 내가 처남과의 여행을 불편해한다는 말에 서운해할 것도 같았는데, 도리어 내가 혼자 한국에 남아 서운할까 봐 걱정했었다는 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행히 고향친구들과의 모임에서 8/15일경 강원도 여행이 계획되어, 아내와 아이들은 일본으로 보내고 나는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하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업무시간 중에 연락이 온다는 것은 급한일이 있다는 건데..) 



お兄ちゃんがお盆の時グアムに旅行に行くんだって、マイレージで飛行機チケットを買えるらしいけど行ける?(친정 오빠가 오봉 때 괌으로 여행 간다고 하네, 마일리지로 비행기표를 살 수 있다는데 갈 수 있어?)


갑자기 괌?? 지금 결정해야 돼?


ㅇㅇ 비행기표를 사고 있다고 하니 지금 결정해 줄 수 있을까?


.

.


생각할 시간을 좀 주면 안 될까? 휴가 때 국내여행 가는 것 아니었어? 갑자기 괌이라니 지금 결정 못 할 거 같은데..


오빠가 지금 비행기표 예매 중이라는데.. 일단 알겠어



갑자기 괌이라니...


괌은 가봤으니 안 가도 된다고 했으면서...


그렇다고 아내와 아이들만 일본도 아닌 괌으로 보내기에는 불안하고...


여행성향이 달라서 처남 가족들이랑 같이 가게 되면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아내가 아이들만 데리고 괌에 가서 고생할 것 생각하면 가야 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역시 99% 가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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