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Amsterdam, Rotterdam
어릴 때부터 슬라이스 치즈를 맛있게 먹는 애들을 보면 간혹 먹고 싶어서 먹어봤지만 역시나 그냥 먹기에는 어려운 맛이었다. 피자나 햄버거에 들어있는 음식의 재료 중 하나로 치즈는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내가 치즈만 먹는 경우는 없었다. 한국에서 파는 슬라이스 치즈의 특유의 우유냄새는 몸이 저절로 거부하는 맛이었다.
그렇지만,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이번 치즈는 달랐다.
암스테르담 출장 중 시간이 남아 시내를 둘러보던 중 들어간 치즈가게에서 시식용 치즈를 맛보았는데 내가 알던 치즈 맛이 아니었다. 치즈만 먹어도 이렇게 맛이 있나??라는 생각에 신기하리만큼 거부감 없는 풍미와 적당히 짠맛이 맛있게 목으로 넘어갔다. 나도 모르게 열리는 지갑을 조금 진정시키고 그중에 그래도 제일 기본인 치즈를 구매해 보았다. 여러 종류의 치즈를 모두 구매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치즈라는 것이 입에 맞지 않을 것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나정도라는 생각에 일단 제일 기본 치즈만 샀다.
그리고 다음날 암스테르담에서 가까운 로테르담으로 이동하였다. 아치형 거주지와 시장이 결합한 독특한 건물(Market Hall)에 눈이 갔지만, 마침 주말을 맞아 열린 전통시장으로 발이 움직였다. 언제부턴가 다른 나라에 갈 때면 관광지보다는 시장이나 슈퍼마켓이 참 재밌어서 한참을 둘러보고 이리저리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구매하곤 한다. 로테르담의 시장도 우리네 시장과 별반 다를 것 없이 간이 천막에 다양한 식품 및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전통시장을 둘러보던 중 치즈가게가 딱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시식을 할 수 있어서 집어 먹었는데 웬걸 어제 가게에서 맛본 치즈보다 더 맛있었다. 치즈가 맛있다니.... 이번에도 나도 모르게 지갑이 스르륵... 왠지 모르게 안 사면 안 되는 느낌에 또 사버렸다. 600g씩 파는 치즈를 그것도 두 개나 사서 가방에 넣으니 묵직하니 가방이 꽤 무거워졌다. 하루종일 무겁게 치즈를 가방에 넣고 다녔지만, 좋은 치즈를 샀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잠깐만 좋은 치즈라니.. 치즈를 잘 먹지도 못하면서...'
다행히 출장에서 복귀하여 무겁게 고이고이 가져온 치즈를 아내와 같이 맛을 보니 아내도 좋아하는 맛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아이들 입에는 맞지 않는 것 같아 더 다행이었다. (아껴먹고 싶은 마음에..ㅎ..ㅎ..) 자연스럽게 술을 부르는 맛이라 저녁식사 후 아내와 간단히 와인 한잔을 하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치즈 덕분에 나도 이제 치즈를 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