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넘지말아야할 선을 정하다
전편에서 구 유고연방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다른 종교를 믿고 오래전 조상님들이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집에서 끌려 나와 죽임을 당하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었죠.
1994년은 어쩌면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시험대에 놓인 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유럽의 한복판 발칸반도,
기독교와 이슬람교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사라예보에서는 대낮에 출근하는 시민들이 저격수의 총에 맞아 쓰러지고 있었고,
같은 시기
아프리카의 르완다에서는 총을 든 군인들이
서로 다른 부족민을 차례로 학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블랙코미디 영화,
<노 맨스 랜드 > 에서는 발칸반도의 세르비아-보스니아의 전쟁터에서 신문을 보던 병사의 대화가 나옵니다.
오, 맙소사
~~
지금 르완다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있데!
‘발칸반도’ 한쪽에서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고 파괴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
아프리카 ‘르완다’에서는
80만 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서로를 똑같이 죽이고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앙금으로 시작된 부족 간의 분쟁,
약 100일간의 대학살로 르완다의 인구 20% 가 사라졌습니다. 이는 1분당 7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해당한 수치라고 합니다).
사태를 보다 못한 몇 몇의 유엔평화유지군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국제사회는 이러한 학살을 막는 것에 실패하였습니다.
총 15명의 유엔평화유지군이 보호 활동 중에 살해당하였음에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침묵하고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브레이크가 듣지 않는 국제질서.
ICISS 는
<The Responsibility to Protect (R2P, 보호책임)> 보고서에서 르완다와 보스니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야기합니다.
만일 국제사회가
이러한 비극 상황에서 행동하려는
<인도주의적 간섭 (humanitarian intervention)> 이 <주권(sovereignty) 존중 원칙>으로 인해 실현될 수 없다면,
르완다와 세르비아에서 일어난 것 같은,
우리 인류에게 비극적인 교훈을 주는 조직적인 폭력행위가 점점 증가하는 것을 막아야 할 국제사회는 그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야기 합니다.
한 국가가 스스로 통제력을 잃어
잔학한 행위에 통제할 수 없을 경우,
또는
의도적으로 그 국가의 지도세력이
이러한 잔학행위를 부추길 경우.
국제사회는 이제 개입을 해야 한다.
그것이 도의적 책임이다!
보호책임
(R2P, Responsibility to Protect),
2005년 9월,
UN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대표들은
이 안건에 대하여 일제히 손을 듭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국제사회가
외면하고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상황들.
이제는 '주권존중'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이러한 행위를 방관할 수 없음을
국제사회가 의결한 것이었습니다.
국제사회는
4가지의 중대범죄가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해당 국가가 통제하지 못할 때,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전 세계가 분노할 만큼 중대한 범죄란 뭘까요?
(1) 제노사이드
(2) 반인도적 범죄
(3) 전쟁범죄
(4) 침략전쟁
우선 보고서에는 이 네 가지의 행위를,
인류가 통제해야 할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였습니다.
음....
3번, 4번 빼고는 잘 안 와닿는다구요?
그럼 일단 면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나 인종, 민족,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학살하거나,
신체나 정신적으로
파괴하는 행위 를 말합니다.
발칸반도와 르완다에서 일어난 광범위한 학살은
전형적인 제노사이드였습니다...
그리고 슬프지만,
이전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행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1948년 <제노사이드 방지협약> 및
1998년 <로마협약> 을 통하여
이러한 행위를 세세하게 구분하였습니다.
간략하게 내용을 살펴보면~
1) 상대 집단 구성원에 대한 살해
2) 상대 집단 구성원들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불러오는 행동,
3) 상대 집단을 파괴하기 위해 계획된
생활조건을 강제하는 행위,
4) 상대집단의 유지를 막기 위해
출생을 의도적으로 방해토록 하는 행위,
5) 상대집단의 아이들을 조직적으로
다른 집단에게 강제 이주시키는 행위
영화 '쉰들러리스트' 가 보여준 장면들은
이런 제노사이드의 상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엽기적인 행동을 볼 때,
우리는 '너가 사람이냐?'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바른 사람' 의 기준은 여러가지 일 것 같습니다만,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들이 '너도 사람이냐' 라고 외칠 정도의 공감대가 생기는 범죄도 있죠.
이런 보면서 우리는
'폐륜, 비인간적인' 이라는 단어를 쓰곤 합니다.
‘반인도적범죄’, 또는 '반인륜적 범죄' 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범 재판장이 된 '뉘른베르크 법정'은 정의합니다.
1) 범죄행위가 일어나는 지역의
민간인 또는 집단을 대상으로
2)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격
3) 살해, 절멸, 노예화, 추방, 고문, 인종분리
등의 다양한 행동
4) 신체나 정신적으로 중대한 고통과
심각한 피해를 고의적으로 야기시키는
비인도적인 행위
이 모든 것들을
반인도적 범죄'의 개념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광범위' 라는 뜻은
‘다수의 희생자를 목표로
반복적이고 대규모로 수행된 행동’
을 뜻합니다.
또한 '체계적' 의 뜻은
공통된 정책에 기반을 둔
조직화되고 규칙적인
패턴을 따르는 행위
를 의미한다고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제노사이드' 와 '반인도적 범죄' 의 차이가 뭐야?
하실 분도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
(저도 사실 헷갈려하던 부분이라) ~~
이와 관련하여, UN의
<국제형사재판소에 대한 로마규약 1998>
(Rome Statute of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1998),
제6조(반인도적 범죄) 와
제7조(제노사이드) 에서
세세하게 구분을 해놓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가장 큰 차이로는
제노사이드 행위는
<어느 집단> 에 대한 <절멸의도>
(intend to destory)
가 바탕이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제국주의 일본이 자신의 식민지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죽이고 학대했다면
‘반인도적 범죄’ 가 되지만,
저 ‘조선인들과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는 목적성을 가지고,
조선인만 골라 죽이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누리지 못하게하고,
고향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시키거나,
아이들을 가지지 못가지게 만들거나,
어린 아이들을 부모와 때어내어
일본인으로 교육시키는 행위들을 한다면
이 행동은 ‘제노사이드’ 가 됩니다.
물론 의도성을 떠나서
두 행위 모두가 잔학하다는 건.....
( 분량이 많아 본 편은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