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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Nov 30. 2023

내가 더 이상 채용정보를 찾지 않는 이유

퇴사 후 한 달 적응기

퇴사 후 한 달이 지났다. 한 달이 지난 지금에야 나는 아침에 어딘가로 출근하지 않는 생활에 적응이 된 것 같다. 한 달 동안 나는 잠깐씩 일상의 여유로움을 즐기기도 했지만, 많은 시간 혼란스럽기도 했다. 내가 내린 결정을 후회하기도 했고, 조급한 마음으로 채용정보들을 뒤적이기도 했다. 


40대로 접어든 나는 이제 어딘가에 다시 취직을 하려 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마흔에 평생직장을 내 발로 나왔으니 보통 결심은 아니었다. 이제는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로 가야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무서워서 자꾸 뒷걸음질 치고 도망가고 싶었다. 다시 어느 회사라는 울타리 밑 어두운 곳에 들어가 숨어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이내 정신을 차렸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퇴사를 했었는지 다시 떠올렸다. 10년 후 50대가 되어 내가 나 스스로를 마주했을 때, 나는 나를 똑바로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주한 내가 너 왜 이렇게 살았냐고 막 따지고 들 것 같았다. 꾸역꾸역 버티며 왜 그렇게 살았냐고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냐고 화를 낼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를 믿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 정신을 차리고 공부부터 시작했다. 해보고 싶은 일은 많았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여러가지를 시도해 보긴 했지만 꾸준히 이어오지는 못했다. 먼저 매일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아이들 등교 후에는 유튜브로 온라인 스토어 공부를 했다. 퇴사 후 생계를 위한 첫 번째 공부였다. 유료강의들도 수없이 많았지만 무료로 볼 수 있는 좋은 강의들도 많았다. 


집에서 혼자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많은 영상들 중에 나와 맞는 스타일의 강의 하나만 정해서 실행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매일의 실행에 만족하기로 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나서 한 달이 지날 때마다 내가 이룬 것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럼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하면서 나를 안심시켰다. 하루하루 나를 믿고 실행을 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나를 괴롭혔던 불안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역시 퇴사한 자에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을 믿는 것, 그거 하나였다.


그런 의미에서 퇴사 후 첫 한 달을 정리하자면 

브런치에 13개의 글을 올렸고, 감사하게도 100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다. 퇴사와 동시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것을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상태라 그냥 쓰고 싶었고, 퇴사 직전과 직후 한 달 정도의 시간 동안 13개의 글을 올리며 마음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 덕분에 블로그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퇴사 이야기를 엮어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공무원이라는 조직 안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 

온라인 스토어를 만들고 10개의 상품을 올렸다. 처음 온라인 스토어 공부를 제대로 시작했고, 회사 다니면서도 관련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지만 듣고만 끝났던 것을 이제 제대로 들으며 실행해보고 있다. 아직 수익은 없지만 첫 한 달 계획했던 대로 스토어를 만들었고 상품도 채워넣고 있다.


아직 한 달이지만 방향성만 제대로 가지고 계속 간다면 회사 안에서의 삶 말고도 다른 길이 보일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렇게 다소 안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더라도 기대가 되는 지금의 삶이 좋다. 재미있는 것은 하루하루 내가 정한 몇 가지의 일에만 집중하니 더 이상은 채용정보를 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사 직후 나는 갈 곳을 잃고 떠돌다가 다시 어느 건물 안의 직장인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어렴풋이 다시는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처럼 나를 믿고 하루하루를 나로 산다면.


이렇게 서툴렀던 퇴사 후 한 달 적응기를 남겨본다. 한달 뒤 12월 말에는 또 어떤 것들을 이루어냈을지 스스로 기대를 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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