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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나도 죽으면 그만이야~

냉동기와 압도적 책임감

by 송대근
다시 관짝으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번엔 조금 더 깊은 곳입니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승선하면 배가 바뀝니다.

배가 바뀌면 선장도 바뀌고, 기관장도 바뀌고, 함께 일하던 사람들도 다 사라집니다.

익숙함은 매번 바다 위에 버려지고, 그 자리를 메우는 건 눈치와 방어적 친절뿐입니다.


문득 깨닫습니다.

당신은 어느새 타인의 고통은 못 본 척 익숙해지고,

상관의 농담에 비굴한 미소로 화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요. 어차피 방법도 없잖아요.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삼등기관사입니다.




삼기사가 가장 먼저 담당하는 기계는 ‘냉동기’입니다.

말 그대로, 배 위의 냉장고.

육지에선 냉장고가 고장 나면 수리기사를 부르겠지요.

그리고 상한 음식은 버리고 새로 사면 되죠.


하지만 바다 위는 다릅니다.

배는 출항했고, 눈앞에는 거대한 태평양이 있습니다.

보급은 한 달 뒤에나 가능합니다.


냉동기가 멈추면?

육류, 채소, 유제품... 다 상합니다.

당신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선원 전원이 굶게 됩니다.

라면과 통조림이야 있겠지만, 한 달 동안 그걸로 버텨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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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바다를 누비며 견문을 쌓았고, 가치보다 가정을 깨닫는 나날입니다. 몇 년 뒤 경제적 자유를 준비합니다. 완벽한 금주 시스템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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