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버려라
그 날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날이었습니다.
잔잔한 인도양 위,
당신은 여느 때처럼 선내를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그러나 당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쾅!
금속이 찢기는 소리.
천장이 주저앉고, 바닥이 들썩입니다.
선체가 비틀리고, 무릎이 꺾입니다.
몸을 가눌 수 없어 그대로 주저앉은 당신 귓가에
사이렌의 울림이 들려옵니다.
“실상황! 실상황! 전 선원 브릿지로! 전 선원 브릿지로! 이상.”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진짜라는 것을.
팔꿈치로 바닥을 짚으며 브릿지에 도착했을 때,
선장은 짧게 말합니다.
“화물창이 찢어진 것 같아.”
그 한마디에, 공기가 바뀝니다.
모두가, 자신의 운명을 알아챕니다.
선장은 침묵 속에 인원 점검을 시작합니다.
“기관부는 전원 기관실에 남아있습니다.”
“선내 선원은 전원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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