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줄 알았던 외로움
기관장이 되면, 만사가 편할 줄 알았습니다.
누구도 당신에게 반말하지 않고, 다들 '기관장님'이라 부릅니다.
함부로 말 걸지 않고, 예우도 해 줍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통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낍니다.
저녁 무렵, 선내 순찰을 마치고 올라오다
일기사 방에 불이 켜진 걸 봤습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왠지 따뜻해 보여서,
뭐 별일은 아니지만 톡톡, 하고 문을 두드려볼까 싶었습니다.
그냥.
그냥, 말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누군가와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었을 뿐입니다.
커피? 아니요.
실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문 앞에 섰을 때, 닫힌 문틈 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야, 이기사. 그래도 앞으론 그러면 안 돼.”
“아 형님, 형님도 똑같이 생각하시면서 왜 그래요~”
일기사와 이기사의 대화는 다정했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괜히 방문해서 분위기를 깨면 어쩌나 싶어,
당신은 조용히 발걸음을 돌립니다.
'...불편하겠지. 괜히 부담스럽게 굴지 말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 어딘가가 서늘해집니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당신의 등을, 누가 알 리도 없습니다.
배 위엔 당신보다 어린 이들뿐입니다.
일기사는 서른하나, 삼기사는 스물넷,
실습생은 스물둘입니다.
그들의 농담은 이해가 안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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