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샴페트르 Aug 17. 2022

플로리스트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파리 플로리스트 학교에서의 첫 가르침


  무더위가 가고 선선한 날씨와 함께 휴가에서 리프레싱 하고 돌아와 행복해진 사람들과 새로 시작하는 달 9월, 9월은 프랑스의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다. 낭트에서 파리 동쪽 외곽 지역에 힘들게 이사를 마치고, 2017년 9월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첫 플로리스트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찾아간 학교에선 역시 미리 진행했던 OT 덕분인지 다들 친해진 듯 학생들이 무리 지여 다녔고, 13명의 학생들 중에 한국인은 나 혼자, 아니 프랑스인이 아닌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첫 수업 시간은 브로콜리 먹기보다 더 싫어하는 자기소개였고, 선생님들의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모든 학생들이 각자 여태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등을 얘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내 순서가 되었고 한국에서 꽃을 배우고 싶어 프랑스에 왔다는 내 말에 놀라 하는 동기들과 선생님들이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친구들은 말 못 해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듯이 다다다다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데, 와 불어를 안 배워왔으면 나는 무슨 얘기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에도 왠지 그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오늘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꽃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괜찮아졌다. 첫 실기수업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어색하게 지나간 자기소개 시간을 끝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첫 Pratique (실습) 시간이 왔다. 실습하는 교실과 실습 도구들 그리고 냉장고 위치 등을 설명해주셨고 오늘 처음 만난 어색한 3명의 친구들과 한 작업 테이블에 배정받았다. 선생님은 FLORISTE (플로리스트)라고 크게 칠판에 쓰더니 질문을 하셨다. “플로리스트는 어떤 사람인가요?”이라고 물었다. 나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철학 수업도 아니고 나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을 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동기 중에 한 명이 대답했다. “플로리스트는 꽃을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마치 원하던 대답이 아니라는 듯이 혹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지 물었고, “플로리스트는 꽃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람”, “꽃을 이용해서 장식을 하는 사람” 등의 대답이 나왔다. 그러자 선생님은 다 맞는 말이지만 본인이 원하던 대답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D 선생님이 이어서 적은 단어는 바로 Reve (꿈) 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플로리스트는 꿈을 파는 사람입니다. 꽃은 슈퍼마켓에서도 팔고 꽃 농장과 도매시장에서 도매로도 판매를 하지만, 이 꽃들은 우리가 판매하는 꽃들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꽃에 Valeur ajoute(가치)를 더해 판매합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꽃이 과일이나 야채와 다른 점은 플로리스트는 플라워 + 아티스트라는 말 그대로 꽃을 예술화합니다. 이게 우리가 판매하는 꽃은 꽃 자체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꽃을 판매하지만, 어떤 사람들로 하여금 꿈을 꾸게 하고, 또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D선생님은 프랑스에서 20 넘게  플로리스트로 일하시고 10   되는 시간 동안 플로리스트들을 양성하신 경험이 많은 플로리스트였다.  수업시간,  분의 플로리스트의 정의는  머릿속에 깊게 남았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3년간 플로리스트로서 일한 경험을 통해 조금  공감할  있게  가르침이다. 플로리스트는 꿈을 파는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일은 어찌 보면 단순하기도 하다. 꽃줄기와 잎을 자르며 컨디셔닝 하고, 화기를 깨끗하게 닦고, 주문을 받고, 그리고 주문에 맞는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고, 포장을 한다. 공간장식을  때에도  과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플로리스트라는 일은 다르게 보면 단순히 꽃을 판매하는  이상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프라이즈 꽃을 배달받고 기뻐하던 사람들 표정도 보았고, 누군가의 죽음을 꽃으로 위로하기도 하였고, 사랑하는 마음을 대신 표현하기도 했으며,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꽃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오브제이다. 그리고  오브제를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는 플로리스트의 역량이다. 이것은 내가  일이 힘듦에도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세상을 아주 조금은  아름답고 따듯하게 만든다고 믿는  일이 좋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스에서 공짜로 꽃 학교 다니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