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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ine in island Nov 13. 2021

음식 경영학_총체적 상품으로 탄생한 카페

My point of view_푸드비즈 #2. 카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 중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포함한 외식 창업을 앞두고 ‘맛’과 ‘분위기’, ‘친절’이라는 3가지의 기본만 지키면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가슴이 철렁하고 탄식이 나오는 순간이다.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말한 창업 관련 내용 중 필자가 가장 공감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반드시 창업 전에 장사가 잘되는 집보다는 안되는 집을 더 많이 살펴보라는 말이다. 이유는 음식 맛있고 분위기 깔끔하고 친절한 집 중에 장사가 안되는 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맛도 분위기도 깜짝 놀랄 정도가 아니고 심지어 그다지 친절하지도 않은데도 잘되는 집도 너무 많다. 그 말은 즉, 메뉴와 맛, 분위기, 친절이라는 키워드로는 더 이상 나와 경쟁자들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이 시대의 카페가 결국 어떻게 진화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바탕으로 찾아봐야 한다. 비즈니스 세계의 지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경쟁자들은 더욱 많아지고 갈수록 똑똑해진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면, 기업이든 자영업자이든 그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결국은 장렬히 막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카페는 더 이상 외식 상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매장 중 하나가 아닌 소비자의 취향을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되어야 하며, 해당 매장은 이 플랫폼의 메시지를 실제적으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곳으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뭘 파는 곳이 아닌 추구하는 지향점과 가치를 보여주고 경험하고 공감하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유명한 마케터인 필립 코틀러는 ‘Atmospherics as a marketing tool’ 에 대한 선구적인 논문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상품 전체를 텐저블 프로덕트(유형 상품)와 토털 프로덕트(총체적 상품)로 구분했다. 그는 기업이 토털 프로덕트(총체적 상품)를 제안하는 경우 핵심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분위기이며, 그것은 다중 감각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두와 냉장고, 미용이나 음식과 같은 텐저블 프로덕트는 전체 소비 패키지의 일부에 불과하다. 구매자들은 토털 프로덱트에 반응한다”고 하였다. 이런 토털 프로덕트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그 제품을 구매하거나 소비하는 장소이고 분위기가 소비자가 첫 번째로 구매하는 제품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분위기는 굳이 감각적으로 디자인된 혹은 과투자된 럭서리한 인테리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심이 되는 텐저블 프로덕트의 특성과 효과를 가장 극대화 시켜줄 수 있는 설정을 말하는 것이다. 소박할 수도, 평범할 수도, 그 어느 것도 아닐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카페라는 것이 그저 커피와 음료, 혹은 베이커리라는 유형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유형의 상품에 분위기 및 서비스, 고객이 지향하는 가치 및 공유하고자 하는 취향을 더한 총체적 상품을 판매하는 것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혹은 기획하는 카페의 지향성을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공유하고자 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정하고 그것을 가장 극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분위기와 유형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종종 시장에서 성공한 카페에 대해 조사하다 보면 디자이너가 아닌 카페의 창업자가 매장 분위기를 연출한 경우가 예상보다 많다. 아마도 미학적인 면에 치중한, 핀터레스트에서 찾은 어느 멋진 이미지를 카피한 것이 아닌 선망할 만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창업자가 진정성 있게 구현해낸 분위기가 고객들에게 소위 ‘먹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중요성은 일상적 카페에서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비일상적인 동기로 방문하는 카페의 성패에 있어서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트 장소로 혹은 여행지로 방문하게 되는 카페에서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찬탄을 자아내고 이를 사진으로 남겨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해 마지 않는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카페는 큰일이다. 그러나 그걸 해결했다고 해서 이 카페들이 고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디자인에 십분 활용했다면 그나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자연의 변화에 기대어 볼 수 있겠으나, 도심에 위치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가 미덕인 핫플 카페들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식상함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유는 비일상적인 특별한 카페들에게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새로운 멋짐’ 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유명 카페 및 레스토랑들이 아직까지 전적으로 내수 고객들에게 의존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해외 유명 카페들이 수년에 걸쳐 전세계에서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성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고, 국내 소비자들의 지나친 트렌디함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런 핫플들이 지속적으로 핫플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사진 출처: The Newyork Times Style Magazine>   

상하이에 위치한 울트라 바이올렛은 전세계 미식가들이 열광하는 가장 혁신적인 레스토랑이다. 필립 코틀러의 토털 프로덕트 컨셉을 접했을 때 필자의 머리 속에서는 바로  이 곳이 떠올랐다. 상하이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주 5일, 하루 단 10명만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인당 100만원이 넘는 식사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 레스토랑의 예약 서비스가 시작되고 단 몇 십분 만에 예약은 모두 매진된다. 이곳을 다녀간 많은 고객들이 다시 재방문을 할 정도로 이 곳의 인기는 문을 연지 수년이 지났으나 시들지 않는다.

울트라 바이올렛은 예약을 하고 나서도 정확히 레스토랑의 위치를 고객에게 오픈하지 않는다. 총괄 쉐프인 폴페레가 운영하는 상하이 시내의 또 다른 레스토랑에서 그 날의 고객 10명이 집결해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어둠을 뚫고 어딘지 모를 올드 상하이 거리의 낡은 건물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 날의 식사가 시작된다. 물론 이러한 인트로도 고객의 기대를 고조시키지만 실상 음식을 주제로 전개되는 한편의 종합예술 공연과도 같은 본편에 비하면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는다. 수도사의 망토를 입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지하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면 창문도 장식도 없는 다이닝 룸에 다다르고 정해진 자리에 착석을 하면 쇼 타임!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 행위는 인간이 가진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음향과 음악, 빛과 영상, 맛과 식감, 향과 냄새, 바람과 기온이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에 따라 변화한다. 시가 모양의 프와그라 메뉴가 테이블 위에 서빙되면 내가 앉은 자리는 바로 비 내리는 세느 강변이 되고 감미로운 샹송이 들려온다. 4면의 미디어 월과 테이블은 360도 영상을 상영하는 행위예술가의 배경이 되고, 음식이라는 상품에 최상의 경험을 더할 수 있도록 현대 미디어 기술이 총동원된다. 폴 페레(울트라바이올렛의 창업자이자 헤드쉐프)는 식사라는 행위에 대한 자신이 꿈꿔온 이상향을 최신 기술을 활용해 이곳에서 실현시켰다.

처음 문을 열었던 때에 비해 이제는 기술적으로 조금 식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반응이 있지만 필자는 요사이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인 VR/AR을 만나면 그의 이러한 시도들이 고객들에게 현재보다 더한 놀라움을 선사하고 빛을 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그리고 울트라 바이올렛의 사례가 고객에게 늘 새로움과 특별함을 제공해야 하는 비일상적 카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믿는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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