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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ine in island Dec 09. 2021

K푸드_K디저트의 정의

My point of view_푸드비즈 #1.식문화의 세계화

코로나와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여름 서울 어느 한 카페에서 K-디저트에 대한 외식 전문가로서 필자의 견해를 묻는 인터뷰를 잠시 한 적이 있었어요.


"K-디저트? 첨 들어보는데요? 어떤 걸 K-디저트라고 하죠?"


사실 저는 그 단어조차 생경했어요. 저는 무슨 단어에든 K를 붙이는 것에 매우 부정적인 편이에요.


"달고나 커피, 뚱카롱, 붕어빵... 요즘 해외에서 K-디저트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서. 코로나가 종식되면 K-디저트 투어가 시작될 거 라고 해요..."


아.. 그러고 보니 지난해인가 베트남에서 호떡 열풍이 분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났어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보이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호떡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린 걸 보고 베트남 팬덤 사이에서 호떡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얘기였죠.


K가 붙는 신조어 중에서 제가 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K-POP', 젤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K-Food' 에요. 그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봤어요.


우선 팝(Pop Music)이라는 것은 뭘까요?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대중음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장르로서 쉽게 귀를 잡아끄는 리듬 요소, 멜로디와 후렴, 메인스트림 스타일과 전통적인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대중음악의 장르를 뜻해요. 팝은 1950년대 이후로는 하나의 대중음악 장르로 인정받고 있는데 여기서 '팝'이라는 것이 장르를 일컫는 것이라는 게 필자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에요. 영국 방송 BBC는 K-POP의 특징에 대해 “잘 프로듀싱 된 멋지고 예쁜 보이, 걸 그룹이 눈을 사로잡는 안무와 캐치한 멜로디를 구사한다”라고 지적했어요.


필자의 생각에는 'K-'라는 것은 한국식, 즉 한국인들이 즐기는 혹은 한국인들의 스타일로 해석된(Korean style)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K-'가 접두어로 붙으려면 그 대상이 특정한 원형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무슨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말하자면 특정한 장르에 'K-'가 붙는 게 이치에 맞는 거겠죠. 한국식의 POP은 서양의 대중음악을 기본으로 하지만 젊은 선남선녀, 매력적인 댄스와 멜로디를 조합한 스타일이라는 거에요.

<출처: 빌보드>

그런데 '푸드(Food)'라는 것은 너무나 일반적이잖아요. 거기에 'K-'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특정 국가에서 먹는 음식이라는 건 모두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한 것일 테니까요. 그건 '한식', 즉 'Korean Food'라고 해야죠. '김치', '잡채', '불고기' 등을 'K-푸드'라고 부르는 것은 왠지 어색하게 들려요. 갈비를 'K-BBQ'라는 것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직도 'K-디저트'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들리지는 않아요. 그러나 어떤 것들을 'K-디저트'라고 하는지는 사례를 듣고 보니 수긍이 갔어요. 미디어에서 'K-푸드'를 이야기할 때 주로 예를 드는 것이 우리가 즐겨먹는 '치킨'이라 쓰고 '닭튀김'이라 먹는 것이잖아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은 서양식 프라이드치킨에 비해 다양한 소스로 양념을 한다는 것이 차별점이죠. 앞서 'K-디저트'라고 열거한 아이템들에서도 눈치채셨겠지만 대개 어떤 아이템이든 '퓨전 퀴진(fusion-cuisine)'인 것들이더라고요.


요즘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는 K-디저트의 대표선수인 '달고나'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사실 우리가 요즘 달고나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는 '뽑기'라고 불리던 것이에요. 필자가 어릴 때는 하교 시간에 학교 앞에 뽑기 장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뽑기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생강엿을 대패로 얇게 켜서 나무젓가락에 감아주시는 엿장수, 다양한 모양의 황금빛 사탕을 파는 사탕장수, 붕어빵 아저씨, 그리고 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케키,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달달한 냉차를 파는 아주머니들도 계셨죠.

대개 뽑기 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형태의 황금빛 사탕도 같이 취급하셨는데 뽑기의 모양을 잘 뜯어내서 완성한 아이들이 상품으로 그 사탕을 타가기도 했어요. 아무튼 뽑기 장사하시는 분들이 뽑기와 함께 판매하시던 고급 버전의 상품이 있었는데 그게' 달고나'에요.

<출처_보스톤코리아>

달고나를 주문하면 국자 위에 각설탕처럼 생긴 정육면체의 투명한 포도당을 올려서 나무젓가락과 함께 주었어요. 그걸 받은 아이가 직접 불에 가열해 소다를 넣어 직접 제조해서 먹는 방식인데 달고나는 바닥에 놓고 납작한 누름 쇠로 누르지 않고 국자에서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바로 먹어야 해요. 그러나 더 이상 달고나는 찾아보기 어렵고 예전에 '뽑기'라고 불리던 것을 이제는 '달고나'라고 부르게 되었네요.


총칭 '달고나'라고 불리는 이 메뉴는 사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1940년대 미국 뉴욕주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허니콤브 토피(Honey comb toffee)'라고 불리는 서양 디저트와 거의 동일한 것이거든요. 물론 '달고나'와 '허니콤브 토피'는 사용되는 재료와 조리 온도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그런 차이가 '달고나'를 'K-디저트'라고 명명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일 테고요.


그밖에 프랑스 마카롱이 마카롱 쉘과 필링의 두께를 동일하게 만들어야 하는 국 룰이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에 이민 온 '뚱카롱'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필링의 양을 엄청나게 늘려 필링의 맛으로 즐길 수 있게 한국인들에 의해 변형된 것이죠.

<출처_조선일보>

최근 들어 한창 K-디저트로 조명받고 있는 '꽈배기'도 설탕가루를 묻혀 먹던 예전 꽈배기에서 서양의 디저트인 컵케이크나 도넛에 사용되는 다양한 토핑 혹은 프로스팅을 올리는 것으로 변주되고 있죠. 꽈배기 자체가 이미 K-도넛이잖아요. 반죽에도 차이를 주기 위해 끓인 물로 반죽하는 탕종 공법을 써서 한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더 쫄깃하고 촉촉하게 만들기도 하죠. 그런데 꽈배기는 도넛 계열로 볼 수도 있지만 중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여우 타오'와도 유사해요. 물론 중국의 여우 타오는 짭조름한 맛이고 일자 모양이 대부분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고요.


'붕어빵'과 '호두과자'는 어떠한가요? 십수 년 전에 즐겨보던 공영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호두과자를 메인 메뉴로 파리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필자는 무릎을 쳤지요. '맞다! 우리 디저트 중에 호두과자가 있었지. 나도 언제 가는 저걸 메뉴에 넣어봐야지 ' 하면서요. 붕어빵과 호두과자는 달고나나 꽈배기보다는 한국화가 더 많이 이루어졌다고 보입니다. 유사해 보이는 다른 나라의 디저트가 아주 떠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 들어맞는 것도 찾기 어렵죠. 재료와 구성은 일본 도라야끼와 비슷한 듯 하지만 조리방식은 서양의 애블레스키베나 와플과 같기도 하고, 일본의 타코야끼와 같기도 하죠. '애블레스키베'는 익숙지 않은 메뉴명이죠? 이 메뉴는 북유럽 음식으로 모양은 호두과자나 타코야끼와 유사하지만 안에는 블루베리 혹은 사과잼을 넣어 만들어요. 미국에서는 반죽이 팬케이크 반죽과 동일해서인지 '팬케이크 퍼프(pancake puff)' 라고도 부르고요.

<출처_위키백과 '애블레스키베'>

그럼 여기서 K-디저트의 특징을 한번 정리해볼까요?

첫째, 요사이 K-디저트가 부상한 배경에는 MZ세대가 열광하는 뉴트로 트렌드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여요. 자신들이 경험해 보지 않은 이전 세대를 궁금해하고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그들의 호기심이 이 메뉴들을 소환해낸 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이 필요해 보이네요. 뉴트로의 시작은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맥시멀리즘과도 관련이 있어요. '절제' 대신 과하다 싶은 '넘침'을 즐기는 거죠. 이런 현상은 경제 불황과도 관련이 있고요. 주식과 코인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영앤리치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우리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굳이 코로나를 이유로 들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잖아요. 오죽하면 앞으로의 세대는 부모세대보다 부유하게 살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요? 그러니 젊은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풍유로웠던 과거 세대를 미화하고 동경하게 되는 거죠. MZ 소비자들의 지지로 예전의 영예를 찾은 'GUCCI(구찌)'의 룩을 보면 그들이 선호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눈에 느낄 수 있어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디자인적으로 볼 때 K-디저트들은 크기도 색상도 조금 과한 면이 있어요.


둘째, K-디저트라고 불리는 아이템들의 출처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시절에 처음 등장한 것들이 많은 거 같아요. 그 시절 한국인들이 즐기던 일상적인 재료에 근대적인 제과 법을 접목해 만들어진 세련된 간식거리들이죠. 물론 '뚱카롱'처럼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것도 있지만요.


셋째, K-디저트 아이템들의 공통점은 보편성이에요. 다시 말해서 유사한 아이템이 다른 나라 식문화에도 종종 존재한다는 것이죠. 앞서 열거한 모든 메뉴들이 우리나라만이 아닌 동서양을 막론한 다수의 지역 식문화 속에 존재하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것들이라는 거예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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