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 이야기
"따님 사망하셨습니다."
입 밖으로 내고야 말았다. 아홉 글자밖에 안 되는 짧은 문장일 뿐인데, 나로 인해 그들은 무너진다.
바닥에 쓰러진 어머니의 온몸은 비명과 통곡으로 버무려진다.
아버지는 앉아있던 보호자 대기 의자의 난간에 매달려 꺼억꺼억 눈물을 게워낸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마음 한편에 잘 숨겨둔 감정이라는 보따리를 슬그머니 풀어본다.
아... 너무 날카롭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내 심장을 쑤시기 시작한다.
다시 꽁꽁 싸매어 구석으로 슥 밀어 넣는다.
왜 엄마 아빠를 두고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을까.
십수 해 인생의 무게가 그토록 무거웠을까.
땅과 가까워지던 그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
신은 어디에 있는 걸까.
먼 길 돌아 부디 엄마 아빠의 꿈에라도 자주 찾아와 줄 수 있겠니.
함께했던 날들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살리지 못해 미안하다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