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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벼운 존재 Nov 27. 2023

다시 한번 119

                119 구조대원님 감사합니다

                                       

금요일.

남편은 회사에서 오후 6시에 출발하여 10시쯤 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남편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디 아파요?"

"나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있어, 만져 봐"

만져 보니 정말 빨리 뛰었다.

"언제부터  뛰었어요?"

"오후 4시쯤부터 어지럽고 빨리 뛰기 시작했어."

얼른 눕혀 팥주머니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배와 발을 따뜻해 주니 바로 잠이 들었다.


잠든 남편의 얼굴이 백지보다 더 창백했다.

저 몸으로 어떻게 운전을 하고 왔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월요일 새벽 5시,  칠흑같은 어둠을 벗 삼아 지방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고

금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주말 부부이다.

힘이 들었을텐데도, 가기 싫다는 말 없이 30년 넘게  한결같이 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토요일.

새벽에 눈이 떠져 앞을 보니 남편이 벽을 더듬으며 몸을 앞뒤로 휘청 거리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 에서 남편을 안고 같이 쓰러졌다.

내 비명소리를 들은 혜란이가 달려와 "아빠를 빨리 눕혀요" 그리곤 바로 119로 전화를 했다.

얼굴을 보니 코에서 피가 나오고 팔과 다리를 떨며 눈동자에 힘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119 구조 대원이 오기 전에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잠시 후에 119 구조 대원이 도착해 남편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걸을 수 있나요? 이름이 뭐예요? 생년월일은 언제인가요? 언제 물을 마셨나요? 언제부터 어지러웠나요?"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남편이 정신을 잃을까봐 계속 말을 걸어 주셨다.

바로 앰뷸런스를 타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도착하여 중증응급환자진료구역으로 들어왔다.

의사 선생님들의 계속된 질문.

"이름이 뭐예요? 생년월일은 언제에요? 혈액형은 뭐예요? 대변 색깔은요?"


이 때까지만 해도 119 구조대원님들이 곁에서 지켜주고 있었는데

다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려고 찾아보니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구로소방서 고척 119 안전센터 '최태현, 김태훈, 이규운' 구조대원님 감사합니다.


병원에 있으니 마음이 든든했다

머리 ct를 찍고, 혈액검사를 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13-14 정도여야 정상인데, 4.1로 낮게 나와

수혈을 3팩은 받아야 한다며 오른팔에 바늘을 꽂아주셨다.


 피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깜짝 놀라 봤더니 브런치 알림이었다.

이 새벽에 누굴까?

'김 스테파니아' 작가님이 내가 올린 '무의식은 중요하다'에 댓글을 달아주셨다.

"작가님 반갑습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도 예전이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가족에 평온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라는 댓글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새벽에 이런 격려의 글을 받다니.


전에 혜란이가 수술하고 퇴원을 했어도 나는 친척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걱정하실까 봐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글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응급실에 앉아 있으니  119 구조 대원들이 쉴 새 없이 다녀 갔다.

119 구조대원님과의 지난 인연들이 생각난다.

첫 번째는 8년쯤 처마밑에 있는 말벌들의 벌집을 제거해 주시려 오셨고

두 번째는 7년쯤 어머님이 들 것에 실러 응급실로 가셨다가 돌아오시지 못했다.

세 번째는 혜란이가 복통이 심해 걷지 못했을 때 들 것에 실어 묵묵히 좁은 계단을 내려와 응급실로 데려다주셨다.

네 번째는 남편.

만약 119 구조 대원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혼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다시 한번 119 구조 대원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우리는 18시간 동안 응급실에 있다가 병실로 옮겼고

지금은  신장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귀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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