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둥이 지인이 보내준 향기
실로 오랜만에 집안에서 마늘 향기가 퍼졌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적엔 이때가 되면 맡은 향기다.
마늘의 톡 쏘는 향기와 마늘 껍질에서 나는 향기가 뭉쳐
약간 헛간 비슷한 냄새가 난다. 싫지 않는 냄새다.
서산 육쪽마늘이라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마늘을 까니,
뽀안 보석 같은 마늘이 윤기가 좔좔 흐른다.
진짜~~ 몇 년 만에 마늘을 깠다.
생 마늘 향기가 진동을 한다. 참 좋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깨물어 먹고 싶은데
맵찔이라 꿈만 꾼다.
"혜란아, 윤정이 이모가 준 마늘 좀 봐 예쁘지?"
"이 것 쌀밥에 물 말아서 고추장 찍어 먹으면 맛있는데"
"어! 언제 먹어 봤어"
"중학교 때"
아! 내가 없을 때 어머님과 함께 먹었던 맛을 기억하고 있구나.
어머님은 햇마늘이 나오면 '통과의례'처럼 잡수시는 요리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 반찬 걱정을 하면
"마른 멸치와 마늘, 고추장만 있으면 되지."
하시면 반찬 투정이라곤 한 번도 안 하셨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 반찬 투정이라고는 1도 없다.
모두가 감사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1-2년은 고추며, 마늘을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습관이라는 것, 길들려 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어머니와 함께 살며 28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했던 일이다.
어머님이 살아계셨으면 벌써 장마 김치를 담아야 했으나,
지금도 김장김치를 먹고 있다.
마늘 까는 일도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혜란이가 깐 마늘로 요리를 해 주었다.
대추 토마토에 있는 마늘은 스테이크를 굽고 남은 올리브유와 버터로 토마토와 마늘을 볶아 장식을 하고
접시에 있는 마늘은 삼겹살과 같이 구으니 참말로 맛이 좋다.
조금만 '품'을 들이면 맛나고 좋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깐 마늘을 사 먹고 있다.
올 해는 윤정가 준 보석 같은 마늘을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하얀 꽃처럼 예쁜 마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