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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의환 Jun 03. 2024

연준의 금리인하?


태양의 왕 루이 14세의 이름을 딴 프랑스령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강을 품은 비옥한 땅이며, 18세기 말 그 면적은 한반도의 약 열 배인 214만 평방 킬로미터(km2)였다.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제퍼슨 대통령은 1802년 나폴레옹에게 루이지애나의 미시시피강과 뉴올리언스 항구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전쟁 비용이 급했던 나폴레옹은 아예 그 땅을 사라고 역 제안 했다. 땅 가격은 1,500만 달러로 협상되었으니, km2당 6.99달러인 셈이다. 1 km2는 한국의 18홀짜리 골프장 평균 면적인 약 30만평이다. 220년 전 일이지만 얼마나 헐값에 샀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마저 현찰을 다 주고 산 것도 아니다. 독립한 지 얼마 안된 나라이니 돈이 없어, 미 재무부는 매입대금 중 1,125만 달러를 연리 6%의 국채를 발행하여 건네 줬다. 돈이 급한 나폴레옹은 즉시, 영국과 네덜란드의 은행에서 12.5% 할인하여 현금화했다. 당시 신생 미국의 재정 상태로 볼 때 6%짜리 국채는 상당히 위험한 상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원리금을 착실히 상환하여 신용을 얻으며 국제 금융시장에 진입했다.

미국은 이렇게 빚으로 국제 금융시장에 등장하였다. 국채는 나라의 빚이다. 자본주의는 빚으로 시작하여 빚으로 굴러가며 그 와중에 경제는 성장한다. 미국은 빚 내서 땅 사고, 빚 내서 나라 살림하며, 빚내서 빚을 돌려 막고 있다. 그래서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는 1조 6000억 달러, 한화로 약 2,124조원의 재정적자가 편성되어 있다. 현재 누적 재정적자, 즉 나라 빚은 GDP의 97.3% 이고, 10년 후이면 116%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 해 순 이자비용은 국방예산과 비슷하고, 곧 이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 2초마다 2만달러씩 나라 빚이 늘어 나는 미국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강하다.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고 그만큼 달러를 찍어낸다. 그들은 경제가 어려우면 그것이 살아날 때까지 달러를 발권하고, 인플레가 오면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고 전 세계 ‘킹(King)달러’의 권위를 유지한다. 그들이 자국 사정을 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기준금리는 전세계의 이자율과 각국의 기준금리를 좌지우지하며 글로벌 경제에 큰 파장을 끊임없이 방출한다.

지금 전 세계의 눈은 미국 연준(聯準;연방준비제도)이 ‘기준금리’를 언제 내릴지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집중되어 있다. ‘연준’은 통화정책과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는데, 정식 명칭은 ‘Federal Reserve System’이고 ‘Fed’라 약칭된다. Fed는 연방 준비은행,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그리고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등 세개의 기관으로 구성된 조직 System이다. 연방준비은행은 JP Morgan Chase, CITI, BOA, Wells Fargo등 대형 민간 은행이 주주이지만, 연방정부의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하고 주주에게 배당도 한다. Fed의 이사회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승인하는 7명의 이사와 의장이 달러 발권 등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구성원이 된다. 그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아주 독립적이고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한 번 이사에 임명되면 14년의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2년에 1명의 이사만 교체하도록 규정 되어있으니 14년간 소신껏 일할 수 있다. 이사 중에서 선임된 임기 4년의 연준 이사회 의장은 기준금리 결정이라는 파워가 있기에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 불린다.

금리(金利)는 이자율이다. 역사적으로 이자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시대가 있었지만, 부정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출현 이전의 일이다. 인류의 경제 활동 역사에서 화폐 즉, 돈은 필수이다. 돈은 곡물, 조개껍질에서부터 금속 및 지폐까지 다양한 발전 과정을 거쳐 왔다. 돈이든 곡식이든 남에게 빌려주면 거기에는 통상 이자가 붙는다. 기원전 5,500년경 시작된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때부터 이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관습은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왕에 의해 법으로 성문화되고 거기에 이자 상한제까지 규정되었다. 은(銀)을 빌려줄 때의 이자율 상한은 20% 이나, 곡물을 빌려줄 때는 33%라고 함무라비 법전에 새겨져 있다. 이는 당시에도 위험성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져야 한다는 ‘High Risk, High Return’의 투자 격언을 법에 반영한 것이다. 곡물은 가뭄 등 불가항력에 의해 제대로 상환 받지 못할 위험이 은보다는 크기 때문이다.

그후 고대 그리스와 중세 교회에서 이자는 부정되었다. 그 부정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돈은 새끼를 낳지 못한다”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로마의 번영과 중세 13세기 상업의 발달에서 고리(高利), 즉 높은 이자율은 피할 수 없었다. 종교개혁의 시대적 물결에 따라 개혁의 선구자들도 서서히 이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자가 없으면 상거래가 안된다는 현실을 직시한 루터는 고리는 반대하지만 정당한 이자는 인정하였다. 더 나아가 16세기에  종교개혁을 이끈 칼뱅(Jean Calvin)은 이자의 정당성을 성경에서 찾아 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이자를 주고 받는 금융거래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였다. 칼뱅의 이 한마디 해석은 졸지에 아리스토텔레스를 ‘경제 문외한’으로 전락시키고, 이자에 대한 모든 논란을 종식시켰다. 이제 돈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새끼를 낳는다.

연준이 쥐락펴락하는 기준금리(Fed Interest Rate)는 전 세계를 지배하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다. 이는 중세의 고리대금업처럼 기분 나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총재도 인정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지만, 연준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연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한탄했다. 기준금리의 정의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주권을 가지고 금융정세에 따라 결정하여, 그 나라 금리 전체를 이끄는 대표성이 있고 각종 금리체계의 기준이 되는 이자율이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서 고려하는 변수는 소비자물가, 경기, 국제유가, 가계부채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연준의 금리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준의 금리보다 2.0% 낮고, 또 국내 물가상승률 보다도 낮아 한국은행은 불편하다. 통상적으로 한국은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해 왔는데 코로나 19이후 연준의 빅 스텝(Big Step)으로 한미의 기준금리가 역전되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2% 정도 차이가 나면 달러는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발생한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으면 달러가 한국으로 유입되어 달러의 값어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나(달러 환율 하락), 반대로 한국의 기준 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달러가 빠져나가니 달러 환율이 상승한다. 우리는 현재보다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기 위하여 연준이 기준금리를 빨리 내려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연준은 매우 신중한 듯 머뭇거린다.

불과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성장율,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모든 경제지표가 5.25~5.50%라는 현재의 연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라고 보여 졌고, 그래서 몇 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기대되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니 안전자산으로서 달러는 강세이고, 연준은 당분간 금리인하에 더욱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 발행으로 나라 살림하지만 달러는 강세이고, 대내외 기대와는 달리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릴 기미를 안 보인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판단하는 그들의 안정된 Fed 시스템이 현재 미국의 힘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둘 다 우리 기업이 예측하고 대응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혁신, 해외 시장 진출 확대, 자금 조달의 유연성과 적응력 강화는 늘 강조된다.

[진의환 매경 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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