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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의환 Jul 13. 2024

기업유치를 위해서라면  도로이름부터!


2014년 전면 시행된 도로명(道路名) 주소 체계에 따라 우리나라 주소는 ‘XX로(路) YY길’ 형식으로 통일되어 참 편리하다. 미국도 같은 방식이지만, ‘로와 ‘길’에 해당하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 고속도로로는 Highway 뿐 만 아니라 Freeway, Motorway, Pike, Bypass등이 있고, 간선도로로는 Boulevard(Blvd), Avenue(Ave), Road(Rd) 그리고 Street(St)등이 있으며, 주택가 등의 작은 도로로는 Drive(Dr), Lane(Ln), Circle, Loop, Route 그리고 Parkway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실제로 쓰이는 크고 작은 ‘로와 길’에 해당하는 의미의 단어는 수백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주소 체계에서 ‘로와 길’을 의미하는 말은 한 주소에 통상 한 단어만으로 표시되며, 그것의 크기, 형상, 기능, 위치 등에 따라 적당한 단어가 선택된다. 그리고 그 앞에 붙는 도로 이름은 꽃이나 나무 등 식물, Washington, Lincoln, Jackson, Martin Luther King, Jr.등 유명 인사, First, Second, Third등 서수(序數), 그 외 Lake, Church, Sunset, Park 등이 선호된다. 장미(Rose)는 미국의 국화(國花)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Rose’는 도로 이름으로는 별로 인기가 없다. 오히려 꽃나무라면 ‘Magnolia’(목련)이나 ‘Dogwood(층층나무)’가 가장 인기가 많다. 예를 들어 Magnolia Street 나 Dogwood Avenue 등이 아주 흔한 도로 이름이다. 나무이름 또한 도로명으로는 인기이다. Oak(참나무), Pine(소나무), Cedar(삼나무), Maple(단풍나무) 그리고 Elm(느릅나무) 등이 아주 흔히 쓰인다. 미국 북부에서는 Maple(단풍나무)이 가장 흔한 반면, 남부에서는 Dogwood(층층나무)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미국에서 도로 명(Road Name)은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자연 환경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애리조나 주에서는 그 지역 인디언 부족 이름인 아파치(Apache)가 가장 흔한 도로 이름이고, 뉴저지나 뉴욕 등 동부에서 도시가  많은 곳은 공원이 필수인 만큼 ‘Park’가, 남부에서는 상큼한 향기의 Magnolia가, 겨울이 긴 콜로라도 주에서는 Aspen(사시나무)이 가장 흔한 도로 이름이다. 미국 조사 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흔한 도로 이름은 놀랍게도 ‘2nd(Second)’이다. 2nd가 많다면 당연히 첫번쨰를 의미하는 1st(First)가 더 많아야 하는데 ‘2등이 1등’ 이라니 의아하다. 그러나 미국의 주소를 잘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첫번째’를 의미하는  단어로는 ‘First’ 와 ‘Main’, 이 두 단어가 쓰이기 때문이다. 즉, ‘First Street’ 또는 ‘Main Street’ 라는 이름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Park’는 미국 어디에서나 가장 환영 받는 도로 이름이다.

이제 미국에서 도로 이름 변경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기본 서비스’가 되었다. 22년 전 앨라배마 주는 자동차 메이커 투자유치를 위해 공장 진입로의 이름을 ‘Teague Road’에서 ‘Hyundai Boulevard(Blvd)’로 주민공청회를 거쳐 변경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웃 조지아 주에서는 공장 주변에 Kia Blvd와 Kia Parkway를 신설하고 이름 지어 주었다. 그 후 조지아는 한국 기업들의 진출에 따라 SK Blvd, Hyundai Way, Genesis Drive 등의 길 이름을 주어 그들의 투자를 환영하였다. 또한 텍사스에는 Samsung Highway가 있고, 테네시 주에는 LG Highway가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4대 그룹이 투자하는 곳곳에 해당 지자체는 도로 신설, 기존 도로의 개량과 개명으로 기념하고 대우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로 개명 서비스는 대기업에게만 주어지는 특혜 서비스만은 아니다. 앨라배마 주의 지자체는 얼마 전에 중견 자동차 부품사의 공장 진입로를 개량하고 개명했다. ‘Samkee Parkway’이다. 주와 시정부는 그 공장의 준공식에 맞추어 도로 명명식을 하고, 그날을 ‘Samkee Day’라 선포하여 기념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구(詩句)가 실감난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높이 평가된다. 한국의 지자체에게도 절실한 태도이다.

앨라배마 남쪽 끝 걸프만의 모빌 항구에서 시작하여 몽고메리 시 그리고 조지아 애틀란타를 통과하여 대서양의 사바나(Savannah) 항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상에는 한국의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가 줄을 지어 입주하여 있으니 이를 통상  ‘K자동차 벨트’라 부른다. 이 K 벨트에 입주한 한국 업체의 수는 무려 50개가 넘는다. 앨라배마와 조지아가 그리고 테네시와 텍사스가 한국 기업의 이름을 불러주니, 그들은 거기로 가서 의미 있는 꽃이 되었다.

[진의환 매경 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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