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어떤 곳 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나의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인가 보다 하는 생각으로 작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냥 말이 하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그 안에서 자아실현도 조금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안 봐도 나 혼자 재밌게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글을 올렸는데 왜인지 모르게 저에게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감사하고, 신기하고, 궁금한 마음에 그분들의 브런치에 들어가서 글을 여러 편 읽어보았는데,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의 진심을 담은 글, 묵직한 글, 한 분야에 이렇게 통찰력이 있는 분이 있구나 하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글까지. 그래서 저는 브런치에 첫 글을 내놓고 큰 혼돈에 휩싸였습니다ㅎㅎ 제가 여기 브런치에 이렇게 가볍게 글을 쓰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글 한 편 내놓고 즉시 절필(?)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통...
이것 참 시작했는데 그만둘 수도 없어 관성으로 내달리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고심해서 글을 쓰고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이 있었고, 늦은 시간 일을 마치고 한밤중에 키보드를 타닥거리고 있을 때면, 솔직히 왜 사서 고생인가 싶었습니다ㅎㅎ 분명히 원해서 시작한 일인데 할수록 고통스럽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걸 느끼면서, 아 이래서 부모님이 글쓰기 쪽으로 진로를 권하지 않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짧은 상담 시간에 다 말하지 못했던 것 들을 어떻게 전달할지,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어쨌거나 스스로를 쥐어짠 덕분에 브런치 북이라는 것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흰 도화지에 야심차게 호랑이를 그리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고양이에 가까워졌고, 이제 보니 고양인지 뭔지 잘 모르겠는 무엇이 나왔습니다. 완벽한 결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제 글 한편 한편이 사랑스럽습니다;_;♡
살면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글을 쓰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뒤적거렸던 책들이 또 나를 조금 무르익게 했고, 한밤중에 혼자 낄낄 거리면서 그림을 그려대던 날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멋진 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