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만 영역을 처음 접하던 당시에, 이 영역이 마치 "새로운 세계" 같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다이어트를 해봤던 사람이지만,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체중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진료를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만이 당장에 목숨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이 아님에도, 환자분들의 치료 또는 변화에 대한 의지가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거듭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만이라는 영역의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어떤 때에는 환자분들의 바람과 저의 생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못해 실랑이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뺄 것이 없다고 말씀드려도, 본디 잘 타고나셔서 체지방이 적고 근육량이 많은 체질이라 설명을 드려도, 본인의 체중 또는 사이즈 수치에 고통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근육이든 지방이든 뭐라도 빼 달라고, 죽어도 좋으니(?) 빼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생생한 니즈를 매일 접하고 늘 그것을 중재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쯤 되면 도대체 인간에게 다이어트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다 우리 사회에서 체중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자리 잡게 되었을까 싶습니다. 모두가 체중으로 인해 불행하게 되는 상황은 뭔가 잘못되었습니다.책 속에서의 비만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의 영역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받으며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만연한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더고질적인 질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만은 어떤 질환보다도 인식이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나만의 잣대로 나 자신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다이어트는 누구의 몸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보다 건강하게 하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오시는분들께 재차 말씀드리는 다이어트에 대한 저의 구호는"가볍고 건강한 몸으로 장수하자"입니다. 우리 모두 백세시대입니다.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온 부정적 자극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시작하는 살 빼기는 초반에는 강력할 수 있지만, 꾸준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에 내 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오늘 직장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퇴근 후에 시카고 피자 대신 신선한 방울토마토를 선택했다는 뿌듯한 경험과, 가볍게 옷을 입고 나가서 운동 후 실컷 땀을 흘렸을 때의 그 활력, 그러한 긍정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마토 많이 드십쇼
저를 만나는 분들이 이런 집요한(?) 마음을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다음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