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 글을 씁니다.
오늘의 주제는 저의 생각의 심연(?)에서 끌어낸 것으로... "내가 하는 비만 진료는 어디를 향해 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제가 비만 진료 시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상황에 적절한 상담을 하는 것과, 지속 가능한 습관에 대해 설명을 드리는 것입니다.
지난번 시작 글에서 "들어오시는 목적은 살을 빼는 것으로 같지만, 모든 분들에게는 각각의 상황이 있고 각자의 목표가 있고 다양한 고충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연령은 청소년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이어트를 처음 하시는 분, 오랜 시간 다이어트와 사투를 벌이신 분, 살을 빼러 오셨지만 빼야 할 체지방이 없으신 분, 건강에 위협이 될 정도의 체지방을 가지신 분 등... 이렇게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상황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떠오르는 몇 가지 예를 적어보았습니다.
"아침에는 두유와 달걀, 점심에는 닭가슴살 샐러드, 저녁은 안 먹는데 살이 안 빠져요."
얼핏 보면 살이 안 빠질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여쭤보면 이 분은 취업 준비 중인 학생으로 하루 종일 독서실에 있는 분입니다. 식사량에 비해 활동량이 매우 부족하고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도 심하거니와, 다이어트를 위해 들일 수 있는 시간적·금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어진 여건 안에서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식단을 더 제한하기보다 매일 밤 30분씩 홈트, 버스 2~3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가기, 틈날 때 계단 오르기 등을 통하여 일상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이 다이어트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감량 목표를 약간 낮추어 잡고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분주하게 활동하는 일을 하는데도 체중이 계속 올라요."
알고 보면 이분은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하시는데, 식욕도 왕성하시고 음식을 애정 하시는 데다 항상 음식 가까이에 있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조금 더 중요하고, 손이 닿는 가까운 곳에 두유나 견과류 등을 두어, 칼로리는 낮고 포만감을 주는 음식의 섭취를 유도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약을 적절히 활용하여 식욕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식욕에 대한 심리를 이해하고 하루 동안의 음식 섭취를 점검해보는 행동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다이어트는 연령에 대한 고려도 중요합니다.
"나이 50세가 넘어가면서 조금밖에 안 먹는데도 복부 위주로 살이 쪄서 빠지질 않네요."
복부 지방은 많은 중년 환자분들의 고민입니다. 노화과정에서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변화인데요, 호르몬의 감소와 반응 저하로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이 늘어납니다. 이전과 똑같이 먹고 활동하는데도 점차 살이 찌는 이유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이 시기에는 가지고 있으신 고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감량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러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온갖 다이어트를 해보았지만 유지에 실패하였고, 살이 찔까 봐 음식이 두려워서 먹고 토해요."
기존 다이어트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감량 후 관리에 대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한 음식에 대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이나 가지고 있는 질환 등에 의해서도 살이 찔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번 "상황에 적절한 상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다이어트를 장기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지속 가능한 식사와 운동 습관"에 대해 설명드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단기간 살 빼기는 약물, 주사, 수술, 단식 등 어떤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식사 및 운동 관리가 병행되지 않으면 유지가 매우 어렵고,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이 자리 잡는데 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많은 분들이 두려워하시는 "요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온갖 비만관련 연구 논문을 종합하여 2년에 한 번씩 개정되어온 「비만 진료지침」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최근 비만치료의 흐름 중 가장 주요한 변화는, 점차 비만을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비만은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에 해당하므로,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한 습관 또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비만 진료를 대하는 저의 자세를 돌아보며 고민을 적어 보았습니다.
글을 써놓고 보니 일기인 듯 아닌듯한 느낌이지만, 스스로 가고 있는 방향을 정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