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같은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런 성향의 사람을 속칭 ‘이반’, ‘성 소수자’라고 한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궁금했다. 일반적인 사랑은 뭐고, 이반적인 사랑은 뭘까? 대체 누가 그 기준을 정하고, 누가 감히 이해하고 말고 하며, 어떤 의도로 금기시하고 배척하는 걸까?
각기 다른 성별, 즉 여자와 남자가 만나 2세를 낳는 성스러운(?) 모양새가 우리 시대의 ‘올바른 로맨스’다. 00 이도 얼른 좋은 남자(여자) 만나 시집(장가) 가야지, 남자 친구(여자 친구) 꽉 잡아야지. 이런 지긋지긋한 말이 ‘덕담’인 사회니까.
대체 왜 동성애는 부정당하는 것일까? 특히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를 결사반대하는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나는 몇 개의 서적을 뒤져 봤었다. 그 몇 권의 책에서 얻은 결론은, ‘한국의 기독교는 내부의 결속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 공공의 적이 필요했는데, 동성애가 딱 알맞은 먹잇감이 되었다.’라는 것. 너무 어이없는 이유였다. 거기에는 결코 어떤 논리적인 근거도 없었다. 뭐 가정 파괴범이라느니, 자연을 거스르는 행태라느니, 부적절한 행위라느니, 하느님 앞에 죄짓는 것 등. 그냥 다 같다 붙이면 죄목이 되니까.
그렇게 치면 인위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거나 피임 기구, 시술을 사용하는 행동이나, 딩크 부부로 살아가는 것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인가? 왜 유난히 동성 간의 사랑만이 사회적으로 큰 죄악이 되는 걸까? (여기서 생각난 건데, ‘낙태 불법’도 여성의 개인권을 굉장히 침해하는 구시대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선 다른 글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고작 2세를 생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가능성에 따라 사람의 사랑의 방식이 일반과 이반으로 나뉘는 것은 썩 부당한 일이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기에 굳이 자손을 퍼뜨릴 어떤 의무도 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마음을 나눌 상대방을 결정하고, 또는 내가 살아온 이 험난한 사회를 내 아이는 겪게 하지 않을 선택의 자유가 있다. 연애의 상대도, 결혼도, 출산도 오로지 내 인생의 한 페이지이며 나만의 결정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문제들에 깊게 침투하고, 어떤 한 행동으로 이끈다. ‘좋은 배우자 만나서 애 낳고 잘 살아라. 그게 효도다’ 참 지독하다.
한국의 유별난 가족주의, 부모 자식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에 대한 오랜 시간 행해져 온 세뇌. 우리는 제발 그것으로부터 탈피하고 나 자신의 결정을 믿어야 한다. 나는 여성으로서 말과 마음이 잘 통하는 여성분과 깊게 친해지고, 그러다 보면 긴밀한 접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해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뭐 어쩌라고? 심지어 성인인데.
오히려 사회에서 더 심각하게 들고일어날 문제는 ‘정상가족’ 안에서 행해지는 가정폭력, 가정불화라고 생각한다. ‘동성애 반대!’ 현수막은 질리도록 봤어도, ‘가정폭력 반대!’, ‘성 구매 반대!’, ‘부부 폭력 금지!’, ‘매매혼 반대!’라는 현수막은 절대 본 적이 없다. 진실로 가정과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그것들일 텐데도.
나는 감히 동성애자를 타자화하며 응원하고 싶지 않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에는 어떤 제삼자의 응원이란 게 필요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어떤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 있다. 사회가 그 풍부한 가능성을 일정 부분 거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여자니까 남자만을 좋아해야 돼. 너 혹시 여자 좋아해? 너 좀.. 이상하구나. 아직 어려서 그래. 저런 애가 제일 먼저 남자 만나서 시집간다. 기타 등등.
사랑은 사람이 행하는 행위이기에 매번 성스럽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어찌 보면 굉장히 인위적이고 우연적인 두 사람의 사적인 소통인 것. 그 서투른 모양새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막론하고 모두 같다. 사람이 사람 사랑하는 모냥새는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러니 누군가가 우월감을 갖고 다른 사람의 사랑의 형태를 배척하는 것은 그럴 자격도 없을뿐더러,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물론 사랑을 빙자한 미성년자 약탈과 데이트 폭력, 착취 연애, 무분별한 즉석 만남을 통한 성병 전파 행위는 이 굴레와는 전혀 다른 얘기다.)
그들이 그들 방식대로 사랑하도록 놔두는 것이 맞다. 어떤 판단도, 동정도, 섣부른 포용도 없는 순수한 무관심. 그것이 맞는 행동인 것 같다. 개인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 부분에는 어떤 사회적 압박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 다양성을 숨 쉬듯이 인지하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동성애 멸시라는 오점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