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리고 우리는 너무나도 좁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 또한 상대적이기에 누군가에게는 정말 좁게 느껴질 수도, 누군가에게는 이미 남이 보기엔 넓은 마음조차 좁게 느껴진다는 욕심일 수도 있다.
나에게 좁은 마음이란, 넓은 세상을 아는 견문과 동일시되는 느낌이다.
여권 한 장 없이 여권 사진만 들고 있는 나에게는 이 세계는 터무니가 없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음악을 오래 공부하며 세계의 여러 음악 장르들을 체득하고, 귀로 익혀왔던 때도 있었고 게임을 통해 다양한 세계의 모습을 모티브로 창작된, 혹은 정말 그 모습을 쏙 빼닮은 게임 맵도 경험해봤다.
부모님은 회사를 다니시면서도 나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시려 내가 어렸을 적,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고 한다. 어릴 적 나에게 그 어렴풋한 기억들은 단단한 유리구슬속 추억이 되어 다시는 꺼내보지 못할 것 같은 화석 같은 것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도 역시 나 자신이겠지.
난 죄책감을 자주 느끼며 살아왔다. 나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며 휴식이라는 것과 빈둥거리는 것을 죄로 착각했다.
물론 성장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은 아니지만, 막연한 목표조차 없이 성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스스로에게 명령했었다. 클릭과 키보드 입력 몇 번으로 게임 속 내 캐릭터는 계속 성장한다. 판 수를 거듭할수록 전략은 고도화되고 게임의 룰에 적응한다.
많은 게임을 해보고, 적지 않은 게임을 만들어 보면서 개인적인 목표라는 것이 드디어 재조명받았다.
리그오브레전드는 상대방 넥서스(최종 진영)를 제거해야 하는 게임이고, 언더테일은 나의 선택지(게임 중 과정)에 따라 마무리가 달라진다. 어쨌든 개발자가 의도한 여러 가지 결과 중 하나를 맞이하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마인크래프트, 원신은 게임의 목표를 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목표는?
이런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쩌면 외계인 또는 어떤 존재에 의해 개발된 시뮬레이션 그 자체일 수도 있다고.
또 어쩌면 종교로 해석하여 신이 뜻하신 대로 목표를 맡길 수도 있고.
혹은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고, 내가 정하는 게 그게 목표일 수도 있고.
이 세상이 내가 죽으면 끝.
이나는 그런 시시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거라고 믿는다 치고
목표의 존재 이유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달성 그 자체에 의미가 더 큰지
목표 갱신의 의미가 더 큰지
또는 목표 자체가 없는 것이 더 나은지 등
애니메이션 카케구루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박을 통해 생긴 빚을 갚지 못할 때 '인생 계획표'라는 것을 준다. 그 계획표에 따라서 살면 빚을 갚을 수 있는 정확한 계산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뭐 어쨌든 나 이외의 타인이 내 인생을 친절히 계획해주지 않는 한 목표는 스스로, 계획은 스스로 정립해야 한다.
나 참, 반 오십이 넘었는데도 스스로 혼자 가는 여행 계획 한번 세워본 적이 없다.
늘 핑계는 비슷하다. 혼자 다니면 무서워서, 여행에 돈 쓰기 애매해서, 학업-취준이 너무 바빠서(?)
사실 나는 "혼자 여행 가는 거 좋아. 겁이 나서 어디도 가지 못한다기에 세상은 너무 경험할 것이 많아. 돈이 많지 않아도 갈 수 있는 곳은 많아. 시간은 반나절이어도 충분해." 등의 격려의 말이 필요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