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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시제13호 해석 바로잡기

이상 오감도 시제13호 해석

by 김유섭

내팔이면도칼을 든채로끈어져떨어젓다. 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 威脅당하는것처럼샛팔앗타. 이럿케하야일허버린내두개팔을나는 燭臺세음으로내 방안에裝飾하야노앗다. 팔은죽어서도 오히려나에게怯을내이는것만갓다. 나는이런얇다란禮儀를花草盆보다도사량스레녁인다.

-오감도 시제13호-


상황상징과 행위상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다.


이 시는 민족말살정책의 하나인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제국주의 일본에 대항하지 못하고 조상신을 섬기는 조선 민족 전통 제사를 방안에 짐보따리로 정리해 놓았다고 고백한다. 마음 깊은 곳에 민족의식이 이런 나를 보며 걱정하고 조선 민족이 멸망해버릴지 모른다고 겁을 내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이런 희미하지만 조상신을 섬기는 조선 민족 전통 제사를 신사참배보다 사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제국주의 일본 민족말살정책 세뇌와 신사참배 강요에 민족의식이 지워져 점점 친일파를 넘어 황국신민화로 변해가는 절망적인 현실에 굴복하지 말고 각성해서 다시 조선 민족으로 돌아오라, 돌아오리라는 이상의 희망과 믿음을 드러내는 시다.


“내팔이면도칼을 든채로끈어져떨어젓다.” / 내 팔은 면도칼로 대항할 수 없는 무엇에 잘려 면도칼을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상황상징이다. 한 문장 속을 띄운 것은 양쪽 단어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상의 분노를 드러내는 시각상징이다. 화자는 팔이 끊어져 떨어졌는데도 자신의 팔을 끊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자신의 팔을 끊으려는 무엇에 대해 대항할 의지도 없는 면도칼 따위로 저항 아닌 저항을 했다는 이상의 분노이고 조롱이다.


“자세히보면무엇에몹시 威脅당하는것처럼샛팔앗타.” / 자신의 팔이 끊어져 떨어졌는데도 무감각하다. 자신의 끊어진 팔을 무엇이 위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황상징이다. 팔이 끊어져 떨어졌고 위협당해 새파랗게 겁에 질려있는 상황인데도 어떤 분노도 저항도 없다.


“일허버린내두개의팔을 燭臺세음으로내 방안에裝飾하야노앗다.” / 잃어버린 조선 민족 조상신을 섬기는 제사를 내 방안에 짐보따리로 정리해 놓았다.

행위상징이다. 잃어버린 조상신을 섬기는 조선 민족 제사를 짐보따리로 정리해 놓는 행위는 조선 민족 조상신을 섬기지 않는다는 행위이다. 친일파다.


“나는이런얇다란禮儀를花草盆보다도사량스레녁인다.” / 조상신을 섬기는 희미해진 조선 민족 전통 제사를 제국주의 일본이 강요하는 신사참배보다 사랑스레 여긴다. 화초분은 신사참배다.

조상신을 버리고 신사참배를 하는 친일파에게 조선 민족으로 돌아오라, 돌아오리라는 이상의 희망과 믿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이상의 분노를 상징하는 문장 속 띄우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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