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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pr 17. 2024

봄날에 하는 혼잣말

이 글을 쓴 저의 뇌 구조와 뇌 작동방식을 구경하세요.

  햇살이 귓가에 다가와 속삭인다. 잡힐 듯 말 듯 살랑거린다. 손잡고 걷자고 한다. 어둑했던 풍경이 맑아져서 선명하게 숨 쉬는 세상이다. 햇살 속으로 섞여들어 빛나본다. 문득 나를 바라보는 당신에게 묻는다. 봄날 빛나지 않는 것은 없지 않을까요? 오래된 골목 모퉁이를 돌아 나오시는 당신. 웃는다. 봄이 분명하다.

     

  느닷없이, 수억 광년 떨어진 행성. 중력도 없는 황무지 위에 서 있는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지. 초록 잎, 희고 붉고 노란 꽃잎 하나 보이지 않는다. 먼지 행성인가? 발이 푹푹 빠진다. 걸을 수가 없어요. 혼잣말에 여긴 네가 살던 곳이 아니야! 공중을 떠도는 인간의 목소리는 얼마나 오래된 음파일까. 

    

  흐르는 냇물 속에 별들이 떠내려간다. 자동차들이 달리고 비행기가 물속을 날아다닌다. 물속에 손을 넣어서 하나씩 만져본다. 이게 뭐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은 물이 아니다. 이상은 물속에 송사리가 헤엄친다고 했는데 헤엄치는 것은 없다. 투명한 적막이, 흐르는 물 흉내를 내면서 흐른다. 이건 냇물이 아니다. 

    

  스테인리스 빌딩 앞 화단에 목련꽃을 피운 나무는 목련 나무일까? 툭 떨어져 진 목련꽃이 숨을 쉬지 않는다. 향기도 없네. 떨어진 꽃잎 위에만 내리는 천둥 번개 폭우! 떨어진 목련꽃이 몸을 일으켜 뚜벅뚜벅 걸어 가지 끝에 도착하더니 다시 목련꽃이 된다. 점심시간에 쫓겨 식당 골목에서 몰려나온 21세기 사람들이 회사로 바삐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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