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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섭 Apr 29. 2024

한국 현대시를 죽인 서울대 카르텔

     봄비가 오래 내린다. 비가 내리면 우울해지는 것은 몸속 박테리아들의 기분 때문이다라는 내 확신은 사소한 믿음이다. 뇌와 박테리아의 싸움에서 무엇이 이기느냐가 그날 내 우울을 결정한다. 물론 상쾌한 기분 역시 마찬가지다. 슬쩍 끼어들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따위가 훼방을 놓아도 뇌를 지배하는 것은 심장이다. 아니다. 허파이기도 하다. 이것들이 멈추면 뇌도 시들어 공중에 흩어진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 심장은, 허파는, 박테리아 놀이터다. 내가 나라고 믿는 자의식은 박테리아가 만든 착각인지 모른다.   

   

  영화 한 장면, 줄리엣이 죽고 로미오가 죽고 다시 깨어난 줄리엣이 로미오의 죽음을 보고 하는 통곡은 사실 박테리아가 벌이는 놀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의 비극은 박테리아의 연출이고 즐거움이기도 하다. 줄리엣과 로미오는 각본에 충실한 진정한 배우일 뿐이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우울 때문이 아니다. 박테리아 기분 때문이라고 믿는다. 믿는다는 ‘믿지 않는다’를 파괴하려는 노력일 뿐이다. 박테리아 의도이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재미없다’를 이겨내기 위해 애쓰는 최선의 안간힘이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재미있다'라고 말해본다. 창밖 빗방울을 바라보며 ‘원스’와 ‘비와 당신’을 듣는다.    

  

  비틀즈는 들을 때마다 왜 낡아가지 않는지 놀란다. 퀸이 그렇고 롤링스톤스가 그렇고 마이클 잭슨, 프린스가 그렇다. 조용필이 그렇고 신중현이 그렇다. 김현의 시 해석을 읽으면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 같다. 백낙청의 시 해석을 읽으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다. 한국 현대시가 죽어버린 이유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박테리아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봄비가 오래 내리니까 몸속에 박테리아들이 발광을 하나 보다. 무기력과 우울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박테리아가 협조하지 않는다. 협조 좀 해라. 이 박테리아 놈들아! 비와 당신 마지막 가사를 읊어본다. ‘바보 같은 나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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