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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Feb 28. 2022

[Taste] 묘한 조합

이렇게 먹는 이유가 분명히 있겠죠?


‘괴랄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괴이하다’, ‘괴상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흔히 쓰이는 신조어입니다. 최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올린 라멘이 SNS를 떠들썩하게 했는데요. 실제로 일본 오사카의 한 라멘 가게에서 판매하는 메뉴였습니다. 생소하고 특이한 경험에 가장 민감하고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MZ세대에게 터무니없는 뜻밖의 메뉴가 호기심 너머 기묘한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꼭 어울리는 요즘 별미. 직접 만들어 먹어봤습니다. 입안에 휘몰아친 혼돈의 맛이 여기에 다 있네요.







못 말리는 단짠
바나나 x 베이컨 말이
‘로큰롤의 대가’ 엘비스 프레슬리는 바나나, 베이컨, 땅콩버터를 넣은 샌드위치를 끔찍이도 사랑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샌드위치’란 이름이 생겼을 정도니까요. 샌드위치는 평범하고 익숙하니 바나나와 베이컨으로 말이를 만들어봤습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죠.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물컹! 크림처럼 걸쭉하고 뜨뜻미지근한 바나나가 식도를 타고 낯설게 흐릅니다. 아보카도의 녹녹한 식감과 비슷하달까요. 다행히 짭짤한 베이컨과 바삭한 튀김옷이 크로켓 맛을 흉내 내며 놀란 혀를 살살 달래주는데요. 바나나의 단맛은 아주 잠깐, 베이컨의 풍미가 꽤 지배적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단짠이지만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합니다. 나 몰라라 지나치기 아쉬운 그런 맛. 먹어보면 알아요.
 
[재료] 바나나, 베이컨, 달걀, 밀가루, 빵가루, 식용유
 
1. 바나나 반 개에 베이컨을 말고 풀리지 않도록 이쑤시개로 고정합니다.
2.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 순으로 1에 튀김 옷을 입혀주세요.
3.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열을 올린 후, 2를 노릇노릇해질 정도로 튀겨주세요.
4. 3을 건져 살짝 식힌 다음, 이쑤시개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쇄국정책과 개화정책 입맛 그 사이
된장 x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를 된장찌개에 넣는 레시피가 있다고 하죠? 그렇다면 토마토가 메인 재료인 음식에 된장을 가미하면 어떤 맛이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코끝에 펀치를 날리는 청국장 냄새로 시작하지만 한입 넣으면 이내 토마토의 시큼함이 가득 너울댑니다. 이때 중요한 건 된장과 토마토소스의 밸런스! 된장을 많이 넣을 경우 토마토 맛은 자취를 감출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파르메산 치즈를 넉넉히 뿌린 덕분에 짠맛과 신맛의 널뛰기를 적당히 가라앉힐 수 있었습니다. 된장이 파스타면의 전분과 만나 선사하는 크리미한 맛은 바게트를 곁들여도 잘 어울립니다. 결론은, 시도는 한 번이면 충분해요.
 
[재료]
리가토니 파스타면, 홀 토마토* 통조림400g (시판 토마토소스로 대체 가능), 된장 3큰술, 가지 반 개, 양파 반 개, 애호박 ⅓개, 식용유 또는 올리브유, 설탕, 파르메산 치즈, 파슬리, 후춧가루 (2인분 기준)
 
1. 냄비에 물을 끓인 다음 리가토니 파스타면 250g (종이컵 4컵)을 삶습니다.
2. 면이 익는 동안 팬에 오일을 두르고 다진 가지, 양파, 애호박을 볶습니다.
3. 2에 토마토 통조림을 붓습니다. 과육의 씹는 맛을 살리고 싶다면 토마토를 이등분해 넣으세요.
4. 3에 면수 400mL(2컵), 된장 3큰술, 설탕 1큰술을 넣습니다.
- 진한 토마토 맛을 느끼고 싶다면 된장과 토마토를 1:2 비율로 넣습니다.
- 설탕은 토마토의 신맛을 잡아줍니다. 시판용 토마토소스를 사용할 경우 설탕은 넣지 않습니다.
5. 팬에 삶은 리가토니 파스타면을 넣고 소스의 맛이 배도록 졸여주세요.
6 그릇에 담고 취향에 따라 후추, 파르메산 치즈, 파슬리를 뿌립니다.
 
*홀 토마토: 토마토를 삶아 껍질만 벗긴 것
 



기름 같은 걸 끼얹었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x 참기름
참기름과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조합은 유튜브, SNS, 예능 프로그램 할 것 없이 꾸준히 회자된 메뉴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만큼  양껏 볼에 담고, 참기름을 한 스푼 부어주세요. 아포가토처럼 참기름이 홍수를 이루면 먹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느끼한 대참사를 초래하거든요. 눈을 감고 천천히 음미하면 흑임자 아이스크림이 떠오르기도 해요. 바닐라의 은은한 단맛에 참기름의 고소한 코팅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싶지만 수북이 한 숟갈 더 뜨게 되는데요. 첫사랑의 느낌처럼 두고두고 아련하게 기억될 것 같은 맛입니다. 콩가루나 견과류를 첨가해 고소한 맛을 더해도 좋겠네요! 




Editor 안명온

Photographer 남윤창

Food Stylist 조선아

Designer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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