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문장가 Jan 26. 2024

말풍선 비책

다정한 일상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돌아왔다. 나는 컴퓨터 모니터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며 갈팡질팡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던 참이었다. 아들은 내가 있던 방에 들어와서 "엄마, 뭐 하고 있었어?"라며 말을 걸었다.  미묘한 갈등을 겪고 흔들리는 마음이 아이에게 약하게 비칠까 봐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 그냥 있었어."라는 말로 대화의 창을 닫으려 했었다.


 아들은 내게 다가와 아이처럼 풍선을 던지고 놀면서 "엄마, 근데 왜 글 안 써?"라며 말을 건넸다. 평소의 나였다면 불편한 기분에 허우적대며, 네 방에 가서 할 일하라며 자연스레 밀어냈을 텐데 어제는 달랐다.


아들이 풍선을 던지며 걸어온 말이 풍선만큼이나 가볍게 마음을 툭 건드려줬기 때문이었다. 그 가벼움 덕분에 처음으로 아들에게 마음 불편했던 일들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아들은 귀까지 빨개지면서 엄마가 그런 갈등이 있었으면, 기분 안 좋은 게 당연하다며 내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닌가! 그와 더불어 재밌고도 신박한 대책도 일러주었다. 삼국지의 유비가 제갈공명을 자기편으로 얻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들의 비책 덕분에 일주일 넘게 힘들어했던 갈등에 느낌표와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누구나 사회생활이 어려울 때가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가치관이나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고민은 크다. 내 판단과 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주관을 쉽게 내려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겪고 있을 때,  아들이 나에게 함께해 줬던 가벼운 대화의 시작과 공감이 필요하다. 고민의 고민을 하다가 꼬여버린 실처럼 갈피를 못 찾고 있을 때, 안온한 말풍선에 담길 듯한 대화는 엉켜버린 고민을 풀어주는 묘수가 될 수 있다.


 더 진지하게 땅굴 파듯 고민으로 빠져들 땐, 나를 이해해 주는 이와 함께 만화 주인공처럼 말풍선에 담길 말들을 찾아보자! 아무 말 대잔치라 하더라도 그 말풍선 안에 자유롭게 말을 담다 보면, 알지 못했던 해결책도 함께 따라오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드는 오늘이다.







사진: Unsplash의 Khoa Pham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를 함께 즐기고 싶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