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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uffled plum Aug 10. 2022

why i log

hope i get to be good at storytelling

원체 예민한 사람인지라, 그리고 방황하는 스무 살인지라,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곤 한다. 그런 생각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며칠 전 인문학과 창의성이라는 수업에서 '나'를 주제로 한 3분 길이의 영상을 만들었다. 과제로 만들어낸 영상이라 과하게 짜낸 소재와 어색한 대본, 이야기의 주체인 내가 봐도 와닿지 않은 스토리텔링 등 제출을 하면서도 꽤나 고통스러웠다. 잘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나는 그런 분야에서 완벽하지 않은 작업물을 데드라인에 쫓겨 제출해야 했고, 잘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나를 또 잠식시킬 뻔했다. 안 그래도 examblue(시험기간마다 오는 주기적 우울증; 그러나 꽤나 예리한 자아성찰의 기간이기도 하다)에 고통받던 시기라 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그다지 새롭지 않은 전개다)


과제 영상의 주제는 '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이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열지 않았던 폴더에서 만 18세의 어렸던 내가 대략 2년 반 전 홀로 타지 생활을 하며 남겨둔 vlog를 끄집어내어 재생했다. 그리고 그 영상기록물을 과제 영상의 한 켠에 집어넣은 뒤 생각했다.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을, 소중한 기억들을 내가 많이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억력이 우수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 그런 기록은 굉장히 값지고 소중하고 필요하다는 것. 한참 상처로 가득한 과거를 달래주는 영상을 편집하면서 또 한 편으론 아이러닉 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다. 놓치고 싶지 않다. 내 삶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 잡생각들, 큼지막한 고민들, 동네 공원으로 자주 나가던 산책 이런 것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4차원의 시공간으로 존재하며 인간은 3차원에 존속하기 때문에 시간이 한 프레임씩 3차원 속 존재인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뿐이다라는 가설을 믿는다. 그렇지만 나는 이 시공간을 헤쳐 나가는 하찮은 존재니까 모든 시공간에 존재하는 나를 아우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말이 되는 건지 새벽 세시 반에 적는 이 말들이 나중엔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놓은 건지 후회하며 삭제할 수 있겠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잊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를 만들어준 사상과 사회와 사람들을 잊지 않고 새기고 싶다는 말이다.


그리고 기록의 이유는 또 하나 더 있다.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이 겪은 일을 재밌고 맛깔나게 묘사하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나 같은 친구도 있다. 어버버 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잠시만 뭐를 먼저 말해야 하지?", "어... 잘 말 못 해도 일단 들어봐. 아니다 그냥 나 말 안 할래." 이렇게 되는. 이번 과제물을 하면서 또 느꼈다. 확실히 스토리텔링 능력이 빼어나게 뒤떨어진다. 못하는 건 연습하면 되니까. 영상으로든 글로든 내 생각을 정리해서 읽을 수 있도록, 내러티브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도록 연습하려고 한다.

+기깔나게 말을 해보고 싶다. 내 idea가 아무리 멋져도 그게 잘 정리되지 않은 채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면 그건 그다지 좋은 idea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은 나의 첫 스토리텔링이니 뒤죽박죽인 것으로 이해 바란다. 미래의 플럼은 이걸 보고 '그땐 참 못 적었네. 지금은 이것보다 훨씬 발전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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