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다시 집어 들어 조금씩 튕겨 보고 있다. 중학생 때의 실력으로 회귀하기엔 이미 멀리 와버렸지만 피아노가 없는 서울 집의 여건에서 최대한 스트레스 해소가 가능한 방안을 고른 것이다.
9월도 벌써 절반이 흘렀다. 개강한 나는 조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다들 이 정도로 열심히 살지만 뭐랄까 체력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펀더맨털이 약한 나는 매일매일 방전되어 있는 것 같다. 한참 나를 자책하는 글을 적었었는데 그러면 뭐해 잘 해내야지 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마음 한 켠에서는 다 버리고 해외로 도주해서 소소하게 살고 싶기도 하다.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처럼 ‘독하게 다 해내자’와 ‘대충 살자’가 매일 싸운다.
어떻게 보면 고딩플럼이 그토록 찾던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기도 하고 •• 소명이 있다기 보단 영위하고 있는 것들과 영위하고 싶은 것들을 놓아주지 못하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땐 누구든(친구들, 선생님, 교장쌤, 가족 등) 만나면 넌 도대체 왜 사냐 이렇게 물었다. 꽤나 별로인 것처럼 들리지만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종교 신자들은 사후 세계를 말하며 신의 사랑과 은총 아래 산다고 하더라. 그 외 사람들은 ‘그냥 사니까 사는 거지’라고 했다. 음
굳은살이 배기려 손가락 끝 살이 떼어지기 시작한다. 내가 얼마나 기타를 주기적으로 들지 모르겠지만,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도망가지 않고 모든 것을 붙들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굳은살이 잘 들면 좋겠다. 그러면 다 수월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