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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uffled plum Jan 10. 2024

2023 회고록

아직 무럭무럭 자라는 중

2023년을 정리해보자. 한 해를 시작하는 글은 적어보았지만 한 해를 정리하고 점검해보는 글은 적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긴 시간에 대한 회고록을 적자니 부담이 되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을 다 해보도록 하자.


2023년의 나는 만으로는 22살, 즉 23살로 1년 내내 쫓기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취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과 더불어 주위 사람들이 한둘씩 정규직 취업을 하거나 좋은 곳의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어서 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아등바등 마음만 졸인 것은 아니다.


>> Career Path wise

(1) 1~4월에는 외국계 여신금융기업에서 컴플라이언스 인턴으로 근무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이해는 근무 시작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에 본부장님이 직접 해주신 인턴 교육을 통해 준법 감시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그립을 잡았다. 그리고 지원 전에도 알았고, 지원 중에도 알았고, 근무 중에도 알았다시피 나는 컴플라이언스와 잘 맞지 않았다. 법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무엇보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롸ㅎ 그래도 정리해보자면 4개월간 근무로 얻은 것은:

나는 그렇게 조용한 업무와 맞지 않다. Interactive한 업무가 좋다. (사실 이건 .. 근무 전에도 알았지만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업무 이메일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업무 환경, 태도, 분위기 등을 배웠다.

사옥이 좋아야 내 기가 산다는 것을 배웠다. 좋은 건물에서 일하니까 좋더라. 이래서 대감집 노예하나보다.

회사 내의 불화는 소리소문없이 존재하기도 한다.

인턴에게는 많은 일이 주어지지 않지만, 이리저리 업무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어필하면 기특해서 업무를 주신다. 내 일은 내가 찾아서 하는 거다.

이런 옷차림으로 당연히 근무 안했고 재택근무하러 가는데 사원증 놓고 와서 다시 집 들렀다 나오는 중

    다시 돌아보면 업무강도가 헤비하지 않아서 지루하기도 했지만 동기 인턴과 친목도 하고, 사수 언니랑 친하게 지내면서 재미있었던 귀중한 경험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성취해내는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아서 아쉬웠던 4개월이다. 기회삼아 부지런하게 자기개발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2) 5~8월 초에는 컨설팅펌에서 인턴으로 근무

    운이 좋게도 컨설팅펌에서 인턴을 다수 경험한 친구를 사귀어 큰 도움을 받아 MBB중 한 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컴플라이언스 인턴은 컨설팅펌에서 인턴을 경험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단계였기에 나는 2월부터 이직을 준비했었고, 여럿 시도 끝에 4월에 합격 확정 통지를 받고 약 2주의 휴식기간을 가진 뒤 5월 중순에 첫 출근을 했다. 이에도 비화가 있지만, 짧게만 적어보자면 나는 합격 문자를 받고 룰루랄라 하던 와중 내부사정으로 인해 불합격 문자를 받고... 어찌저찌하여 다시 재합격 통지를 받았다... 

퇴사하는 주에 찍은 사진. 우리만 이용 가능한 전용엘베가 있었다.

컨설팅펌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유는 1) 컨설팅업이 궁금했다 2) 난 언어적 장점이 있기에 내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업계다 3) 컨설팅펌 인턴을 레쥬메에 적으면 다른 계열로라도 취업하기에 유리할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배운 점은:

무언가 내 업무가 주어졌을 때 집념을 다 해서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구조화해서 말하는 방법

업무 중 말투와 태도의 중요성 (사수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다)

엑셀과 피피티를 볼만하게 정리하는 방법

야근이 그렇게 잦은 곳에서는.. 난 일 못한다.. 그치만 그만큼 compensation이 있다면..? 이건 미결

팀원 간의 불화가 있는 곳에서 난 일 못한다. 왜 그렇게 서로 견제를 하시는지.,,

팀장도 중심을 못잡아주는 모습을 보고.. 리더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끈질기게 그 기회를 잡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체면 이딴거 없이 솔직하게 어필하자

오피스가 너무 좋았다. 그는 내가 아는 사옥 중 최고였어요. (그럼뭐해누릴시간이없어일해야돼~,,;;)

내가 노력한다면 충분히 컨설팅업계에서 일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전 회사와 업무강도가 극과 극이었어서 초반에는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일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나중에는 업무강도가 익숙해지기도 했고, 밥은 그래도 꼬박꼬박 잘 챙겨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난 어딜가나 할 말을 꼭 하는 성격이다.. ! ㅎ하하 

    솔직히 근무하면서 기가 많이 죽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 학력으로는 이곳을 신입으로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수의 조언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기분이 상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억대연봉을 받으면서 내 삶과 몸과 멘탈을 저렇게까지 잃어야 한다면 그게 값진 것일까? 라는 고민도 정말 많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컨설턴트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클라이언트한테 혼나고, 팀장한테 혼나고.. 어찌됐건 하청업자로서 기를 못펴는 순간들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일주일간 밥 안먹고 잠 안자면서 열심히 준비해간 결과물이 클라이언트 한 마디에 바로 전면 수정되고, 클라이언트가 결국 원하는 방향대로 솔루션을 끼워맞추어 준비해야하는 것도 조금 웃겼다. 인턴이 끝나고 한참 지난 연말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은 나는 컨설턴트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3) 9~12월 가을학기 재학하며 계속 고민(!!!)

난 대기업 상인가, 컨설팅 상인가, IB상인가, CPA상인가?! 뭐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했다. 학교 취업지원팀 선생님과 상담, 친구들과 만날때마다 '뭐 해먹고 살까?' 이야기,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아.. 난 워라밸이 좋구나. . 그치만 돈은 많이 벌고 싶고, 해외에 살고 싶으면서 명예도 중시하는구나 뭐 이런 굵직한 생각들이 생겼다. 고민만 많이 하고 행동으로 옮긴 게 없는 시기였다. 사실 크게 후회되진 않고 학생일 때를 누려야지 싶었다. 7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하고 나니 시험기간조차 행복했다. 과잠을 입을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 과잠 저 과잠 열심히 입고 다니면서 대학생 신분을 누렸다. 아무것도 안해도 아무도 뭐라 안하는 삶 너무 좋았다. 그리고 동계 인턴을 컨설팅펌1 대기업1 증권사1 이렇게 지원했는데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더 연구해야겠다 싶었다. 서류 상에서 준비가 되어보이는구나 싶어서 약간 안심되기도 했다.


(4) 가을학기 학점 사수..

는 실패했다. 꿀교양인줄 알았는데... 내 등에 칼을 꽂은 케이스와 재수강에도 학점을 지키지 못한 케이스 등..

이건 약간 후회된다. 그래도 현상유지는 성공했다.



>>  Personal Growth wise

(1) 연애

내가 미성숙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좋았다.


(2) 친구

22년에는 학회생활로 인해 어울리는 친구가 많았는데, 다들 취준으로 바쁘거나 나 역시 인턴생활로 인해 끊고 맺음이 되는 것도 있었다. 나이 먹으면 친구가 없어진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와중에 수업 들으면서 새로운 친구도 몇몇 생기고, 친한 친구들과는 여행을 같이 가는 등 돈독해져서 좋았다.

사이가 틀어진 친구들과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것도 많은 생각이 들게 했는데, 음 일단 정말 mind my own business해야겠다 싶었고 더 이상 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좋게 좋게 하고 싶은데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뭐 내 잘못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3) 여행!

해외여행은 8월에 후쿠오카, 12월에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 이렇게 다녀왔다. 국내 여행은 4월에 부산, 9월에 강화도, 음.. 더 간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쿠오카

정말 더웠다. 일본은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했다. 사실 이게 성인되고 나서 첫 해외여행이었다. 온전히 내가 번 돈으로 가는 여행이기도 해서 의미가 깊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떠난 여행이었는데 체력이 안따라준 탓에 약간 역정을 낸 것 같아 나중에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용서해줘ㅠㅜ)

후쿠오카 인근 시골 흡사 윈도우 배경화면

호주

깨달은 점: 영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게 큰 장점이라는 것, 난 영어권 국가에 살고 싶다는 것, 날씨 좋은 곳에 살고 싶은 것, 이왕이면 인프라가 좋은 선진국에 살고 싶다는 것, 꼭 해외에 정착해서 살고 싶다는 것.

말해뭐해 그냥 최고였다 호주. 며칠전까지도 OZ블루(여행 다녀온 후에 호주가 너무 그리운 그 우울감) 에 휩싸여 있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내가 사는 서울도 누군가에겐 특별한 여행지겠거니 하며 하나하나 감사하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호주서 긍정열매를 먹고 온 듯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많이 울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그치만 선택하지 못했던 삶을 간접 경험한 느낌이었다. 난 꼭 해외에 살거다.

아 그리고 호주 여행도 부모님 도움 없이 다녀왔다. 나 좀 기특할지도

시드니 전망대에서. 여기는 한강공원인가 시드니인가


(4) 남과의 비교

정말 별로지만 많이 하게 된다. 그것에서 오는 단기적/장기적 우울감이 있다. 이건 아직 working on it입니다. 그리고 겸손합시다 니가 뭔데 으스대


(5) 인스타를 위한 인간

이 아니게 되었다. 해가 가면 갈수록 소셜미디어와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게시물과 스토리를 올리는 빈도도 줄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인스타가 아니라 정말 나 자신만을 위한 인스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굵직한 이벤트를 생각하면서 정리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적혔다. 뭐 엄청 치열하게 산 건 아니지만서도 이뤄낸 것을 보면 만족스럽다. 이력서에 적는 사항 외에도 깨달은 점이 많아서 흡족


2023플럼은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다 2022플럼보단. 옷차림이 얌전해진 것에서도 나타난다. 

2024플럼은 남과 비교하며 우울해하는 습성을 버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며, 차곡차곡 모아서 여행도 더 많이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긴 쉼 없이 해내고, 무엇보다도 취업을 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2024년 되길

사진은 우리집 보물 콩이

새해에는 콩이 유튜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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