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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uffled plum Sep 19. 2023

얼레벌레 취준생 일기 1

나 왜 벌써 취준생..?

>> 개강 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8월 초, 인생 두 번째 인턴을 마치고 심적 여유를 만끽했다. 매일을 긴장 상태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매우 해방감이 들었다. 일본 여행도 다녀오고, 본가에도 일주일 내려갔다 오고, 대전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인턴 막바지에는 일이 많지 않아서 업무시간에 앞으로의 한 학기 동안의 대략적인 계획도 세웠었다. 준비해 볼 만한 시험, 타겟 기업, 취업시장에 나가기에 앞서 현재 내가 보완해야 할 부분 등에 대해 생각도 해봤다.

타겟 기업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을 제외하면 크게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


>> 가을학기 시작 첫 주: "그래도 난 괜찮겠지!"

난 올해 한 번의 휴학으로 두 회사를 경험해 봤다. 안일하고 오만하게도 이게 위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남들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뭔가 내가 대단히 뒤처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할 필요 없이 남은 두 학기를 즐기면서 찬찬히 준비해 나가면 칼취업(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조급하지도 않았다.


>> 가을학기 시작 둘째 주: "어라..?"

가을학기를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학교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전혀 알지 못한 기업이 많았고, 알고 있는 기업도 대략적인 사업분야만 알고 있는 상태였다. 현직자와 상담에서 나는 너무 준비가 안 된 상태의 얕은 질문밖에 할 수 없었으므로 창피하기도 했다.

사실 국내 기업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앞서 개강 전 타겟으로 생각했던 회사들은 대부분 외국계였다. 왜냐하면 나는 1) 가치관(돈, 명예, 워라밸, 문화 등) 면에서 외국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2) 해외취업을 하고 싶은 나에게 국내 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은 해외 경험의 기회가 조금 더 연기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이런 판단을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세 가지 이유에서 그랬던 것 같다.

돈, 명예, 워라밸 면에서 외국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것 같았다.(취업박람회에서 알아보니 대기업 복지가 상당했고 초봉도 높은 곳은 굉장히 높았다)

외국계도 해외 지사에 직접 취업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근무하다가 기회를 엿보다가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국내 기업에서 일하다가 착출 되어서 해외 파견으로 나가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주위 애들 다들 준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좋은가?


>> 가을학기 셋째 주: "무기력해"

계속 이런 고민만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해답은 나오지 않은 채, 난 그저 도파민 중독으로서 숏폼과 영상 매체만 소비하며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누워서 밥 먹고 또 자고 일어나서 영상 보다가 또 눕고 이런 식의 생활이 지속되면서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나를 짓누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결국 그게 패배감을 안겨주면서 스스로가 더 한심해 보였다. 위기감에 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지금: 고민 말고 행동

1)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다녔다.

친구, 선배, 부모님 등 폰 화면 터치 몇 번이면 이야기할 수 있거나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친구 K는 그럼 우리 길게 보지 말고 오늘, 내일, 이번주, 이번 학기에 해낼 것만 짧게 보자고 소소한 목표를 세워보자고 했다. 그래서 적다 보니까 생각이 정리되면서 우선순위가 정해진 느낌이었다.


배경 정보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퇴사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끝나고, 4학년이다 보니 친구들을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도 적어서 소속감과 상호 인터랙션을 통해 얻는 동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내가 손을 뻗어서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머리에 생각만 너무 많아 더 불안해지고, 때문에 무기력해진 것이었다.


다음은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다. 엄마는 나의 '방황'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너무 당연한 시기를 보내고 있고, 이제부터 준비하면 된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이렇게 스윗하게 말하시진 않았다.) 별거 아니니까 천천히 하라고 하셨다. 게으른 욕심쟁이라는 정확한 진단도 내려주셨다.

엄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진짜 별 일 아닌데 내가 갑자기 많이 조급함을 느낀 것 같았다. 아직 졸업하기까지 10개월 남짓 남았고 시간은 충분하다. 돈과 명예와 워라밸이 모두 중요하면서 칼취업까지 하고 싶은데 이렇게 나태하게 누워서 고민만 하고 있다니.. 얼른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2) 진로취업상담 티켓팅 성공

우리 학교는 진로취업상담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오전 12시에 하루 티켓팅 시간표가 나온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오전 1시에 접속해 봤더니 딱 두 자리가 남아 있어서 서둘러서 신청했다.


3) 불안할 땐 수업 복습과 과제를 해

사실 나에게 제일 시급한 건 학점 복구다. 때문에 이번 학기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다른 것보다 학점을 올리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4) 자소서 한 번만 작성해 보자

내년 2월 입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해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자소서 등의 지원절차를 한 번 밟아보는 데에 의의를 두고 한 두 군데 정도만 지원해 볼 생각이다. 오늘 처음으로 자소서 문항을 열어봤는데... 착잡하긴 하다.


5) 브런치 글 쓰기

엄마가 이 취준의 여정을 다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추천을 했고, 나도 생각 정리에 용이할 것 같아서 쓰기로 했다.


>> 앞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

이번 학기의 목표를 설정했다.

1) 학점 복구, 학기에 집중

2) 공채 기간에 한 곳 이상 지원해 보기

3) HSK 준비

4) 컴활 준비

5) 무기력해지지 않고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 습관 들이기


틈틈이 공고 확인하고 따로 산업이나 기업 공부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만간 또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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