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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Jun 28. 2024

히트곡 하나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

금융생활 가이드


진지한 관계를 싫어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결혼 부담이 없는 연애만을 원하는 윌 프리먼(휴 그랜트)인데요. 윌은 어떻게 하면 가볍게 즐길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궁리합니다. 그러다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 내죠. 



놀고먹는 이 남자의 정체는?


영화 <어바웃 어 보이>(2002)는 불혹이 다 되도록 깊은 사랑에 빠진 적도,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는 남자 윌이 외톨이 소년(니콜라스 홀트)을 만나서 성숙해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윌은 가벼운 연애를 하기 위해 싱글 부모 모임에 나가기도 하는데요. 아무래도 싱글 맘은 자식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기 때문에 애인에게 매달릴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입니다. 윌은 아이를 가져본 적도 없으면서 자신은 싱글 대디라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죠. 


이런 윌을 보고 있으면 질문 하나가 떠오르는데요. 이 무책임한 남자는 무슨 돈으로 번듯한 집에 살면서 좋은 차를 모는 걸까요? 


정답은 음악 저작권입니다. 뮤지션인 아버지가 남긴 음악 저작권으로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었던 것이죠. 물려받은 저작권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윌의 아버지는 단 하나의 히트곡만 남긴 ‘원 히트 원더’였거든요. 그런데 정말 윌처럼 단 하나의 히트곡으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걸까요?



기업도 개미도 투자하는

음악 저작권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을 들여다보면 영화의 현실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음악 저작권은 세계 투자시장 큰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 몇 년 사이 블랙스톤, KKR 등 유수의 PEF 운용사가 음악 저작권에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단위의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도 음악 저작권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집단 중 하나인데요. 소니뮤직은 최근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퀸'의 음악 저작권 매입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퀸의 음악 저작권 매입가로 언급되는 건 역대 최대인 10억 달러. 한화로는 1조 4000억 원에 육박하죠. 


최근 들어 음악 저작권 투자가 급증하는 데는 현대 금융 기법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현대 금융은 일정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모든 자산에 대해 현재 가치를 계산할 수 있게 합니다. 매달 저작권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저작권의 전체 가치를 추산할 수 있죠.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인수하고, 이를 다시 쪼개서 일반인이 주식처럼 살 수 있게 하는 서비스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음악 저작권에 투자하는 개미 투자자가 등장한 것이죠. 



히트곡이 ‘연금송’이라면


개미든 큰손이든 음악 저작권 투자자들이 특히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노래는 이른바 ‘연금송’입니다. ‘벚꽃 엔딩’처럼 특정 시즌만 되면 저작권료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노래에 주목하죠. 실제 외신에선 머라이어 캐리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로 매년 40억 원을 벌어들인다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윌의 아버지가 남긴 히트곡도 캐럴입니다. 크리스마스마다 전 국민이 따라 부를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곡이죠. 직장 한 번 가져본 적 없는 윌이 일상을 느긋하게 살 수 있는 이유인데요. 만약 ‘연금송'이라 불릴 만큼 히트한 노래의 저작권이 있다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박창영
매일경제 기자. 문화부를 비롯해 컨슈머마켓부, 사회부, 산업부, 증권부 등을 거쳤다. 주말마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영화 리뷰를 연재한다. 저서로는 ‘씨네프레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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