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외국인 제자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왔다. 얼마 전 내게 추천서를 부탁해서 써주었던 독일의 Marvin 학생이다. 지금은 경북대학교에서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갔다. 원하던 Master program in '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ine' at the University of Bern, the capital of Switzerland.(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에 위치한 베른대학교의 의료인공지능 석사과정)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카톡으로 전해왔다. 축하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처음 쓴 추천서, 그것도 외국인 제자인데 합격을 해서 무척 기쁘다. Marvin은 독일인 백인 남자이고, 현재 독일의 대학교의 의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부생이다. 작년 2학기에 내가 강의한 대학원 뇌과학 과목을 수강했다. 처음엔 대학원생인 줄 알았는데, 첫 시간 자기소개 때 보니 학부생이었고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동안 경북대학교에 온 것이었다. 영어도 잘하고 발표가 무척 참신했다. 발표 후 내가 한 질문이 "그런 참신한 발표 방식이 본인의 개성인지 독일의 교육의 영향인지?"였다. Marvin은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방식으로 발표를 많이 한다."라고 답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언젠가 독일에 가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수업을 두루 견학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실천하고 싶다. Marvin이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보기엔 개인의 특성이 많이 반영된 발표로 여겨졌다. 발표가 끝나고 내가 Marvin에게 한 말이 "You'll become a great master of medical AI in Germany." ("너는 독일에서 의료인공지능의 대가가 될 거야.")였다.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직관에 의한 솔직한 말이었다. 어쩌면 그 말에 영향을 받아 의료인공지능 석사과정에 지원했는지도 모르겠다. Smart한 질문도 많이 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보여 석사와 박사과정생들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했다. (대학원의 내 과목은 학부생은 소수이고 대부분이 석사와 박사과정의 대학원생이다. 외국인이 40% 정도 차지한다.) 처음 쓰는 추천서이기도 하고, 애제자라 신경 써서 추천서를 써주었다. 자질과 능력, 인성이 드러나도록 episode와 fact 위주로 진솔하고 객관적으로 추천서를 작성했다. 접수 마감일에 완성해서 메일을 보냈지만, Marvin은 추천서를 읽어보곤 흡족한지 perfect하다며 고마워했다. 나는 내심 합격하리라 예상했다.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도 내가 상을 받거나 승진하는 것보다 부하직원이 상을 받고 승진하면 무척 기뻤다. 요즘도 가끔 과거의 부하직원한테서 팀장이나 과장, 사무관이나 서기관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 일처럼 기쁘다. 과거 보건소장을 할 때도 내 휘하를 떠난 부하직원도 새로이 상사가 된 다른 보건소장한테 직원을 칭찬하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무나 그런 건 아니고 그럴만한 사람한테 그렇게 했다. 그 뒤 그가 원하던 대로 승진을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무척 기뻤다. 보건소장을 사직한 후에도 기회가 되면 과거 부하직원의 현재 상사에게 직원을 칭찬하며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직에 있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나는 나와 한솥밥을 먹던 직원이 잘 되면 무척 기분이 좋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가 영향을 주던 누군가가 성장하는 걸 보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오늘은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