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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Mar 01. 2022

첫 날, 마지막 눈

3월의 첫 날,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

피아노 소리를 좋아한다.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아마 엄마 배속에 있었을 때부터 하루의 절반 이상을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피아노 반주로 시작하는 노래, 피아노 반주만 있는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한다. 감미롭다. 

오늘 그런 노래를 들었다. 비긴어게인 유튜브 채널의 ‘눈’. 원슈타인과 최정훈이 불렀다. 원곡은 자이언티(이문세 피처링) 같다.      


피아노 건반 위에 살포시 깔린 눈처럼 둘의 화음이 겨울 끝자락의 공기를 채운다. 나는 특히 원슈타인을 좋아한다. 음색이 참 특이하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많지만 독특한 사람은 많지 않다. 원슈타인은 독특하면서도 참 편안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꾸 찾아듣게 된다. 자꾸 손이 가는 엄마의 된장찌개처럼 구수하기도 하다. 꿈꾸는 듯한, 어린아이의 순수함도 느껴진다. 그래서 랩을 할 때도 멜로디가 있는 노래를 할 때도 음색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오늘의 곡 ‘눈’에는 ‘잠이 들고 나면 오늘은 어제가 돼버려요.’ 라는 가사가 나온다. 잠이 들고 나면 2월 28일은 지나간다. 이미 이제 3월이다 2022년.      


내일은 눈이 온다고 한다.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일까 아닐까. 

3월을 막바지 겨울의 끝자락 눈으로 시작하는 것도 꽤 운치있다. 비록 상사는 골프장에서 눈이 오면 곤란하다며 걱정하고 후배는 애지중지하는 차가 더러워지는 것을 걱정하겠지만. 각자에게 창밖 풍경은 다른 의미로 다가와도, 우리는 내리는 눈 속에서 우리 소중했던 이번 겨울의 지나가는 한 페이지를 볼 것이다. 


아침 커튼을 열면 눈이 오고, 눈을 뜨면 아마 휴일의 느긋한 해가 중천에 떠 있겠지.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라는 가사처럼 소중한 사람과 차 한 잔을 즐기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지나가는 시계에 지난 삼일절의 애국지사분들도 한번 떠올려보는 그런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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