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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Jan 08. 2024

Welcome Back to U.S.A_Day 4

 행사 2일 차. 총 3일간의 행사 중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아무래도 첫날은 준비하는 과정이라서 조금 산만함과 부족함이 있었고 미처 참여하지 못한 사람도 있는 반면 둘째 날은 준비도 완벽히 마무리해야 하고 어느 정도 이제 준비하는 우리(?)도 적응을 해서 가장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날이었다.


 아침 식사는 심플했다. 숙소에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컵라면, 어제 먹다 남은 치킨, 어제 먹다 남은 감자튀김 등 그냥 남은 것 위주로 때려 넣었다.


 행사는 말 그대로 바빴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아무래도 대외비라던가 회사 자체의 일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직접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생략하지만 성과가 좋았던 하루였다. 물론 중간에 대표 사모님께서 가져다 주신 샌드위치는 맛이 좋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너무 고프니 차가워도 맛있었는데 닭가슴살류를 그닥 안 좋아하는 나이지만 어떤 소스랑 같이 있으니 괜찮았다.

 

행사 첫 점심!

 행사를 마치고 나서 원래라면 아마 회사 일행과 함께 이동했어야 했지만 이 날은 조금 예외였다. 아버지와 함께 예전에 미국에 살던 당시 우리를 도와주셨던 Pio네 아버지를 뵙기로 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꽤 오랜 시간 얹혀 지냈던 가족이었다. Fairfax County에 있는 집이었는데 나는 그 집을 보고 나서 부모님께 우리도 주택에서 살자고 강력하게 어필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집이 엄청 크거나 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영화에서 가끔씩 보는 왜 그 뭐라 해야 하지 동그랗게 집들이 둘러싸고 있고 차고지가 달려있으며 생각보다 본주인들ㅇ느 정문으로는 잘 안 다니고 옆문으로만 다니는 그런 구조의 집이었다. 

왼쪽이 Pio's House, 우측은 동네 집

16년, 당시 내가 17살이었고 33살에 다시 방문했으니 16년이 걸렸다. 참 16년간 교류가 제대로 한 번 없었던 가족이었지만 아버지가 미국에 가신다 해서 연락하니 곧장 우리를 픽업하러 워싱턴 쪽으로 와주셨다.


 오랜만에 뵌 아저씨는 그 시절보다 확실히 나이를 드신 모습이었다. 흰머리가 많아졌고 살도 조금 더 찌셨지만 여전히 무언가 어리숙한 그 말투는 변하질 않았었다.


 우리는 함께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뻔한 이야기들이 오갈 뿐이었다. 어렸을 때야 사실 나도 아직 어렸기에 부모님의 말은 절대적이었므로 따로 어떤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아버지와 아저씨 두 분이 대화하시는 걸 듣고 있자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고 저 먼 모국의 땅에서 온 사람들에게 식사라도 대접하겠다고 아저씨는 식당으로 우리를 데려가주셨다. 근데 아차차 이게 솔직히 너무 실망스러웠다 크하하


 미리 조금 이야길 하자면 앞에도 글을 적었던 것 같은데 나는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어릴 적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미국에서 뷔페를 참 좋아했는데 'Old Country Buffet'라는 곳을 가장 좋아해 피오네 가족들과 종종 가고는 그랬다. 


 물론 아저씨께서도 나를 생각해 주시고 아버지도 당시에 뷔페를 좋아하셨기에 그러셨겠지만 하필 데려가준 곳이 한국식 초밥 뷔페였다. 


 허허 솔직히 처음에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미국에 간다고 해서 미국 스러운 음식을 먹고 와야 지란 생각이 컸는데 차라리 롤이 엄청 나오는 스시집이면 모를까... 한국식 스시 뷔페는 크흠. 

 뭐 그렇다고 불평을 할 수도 없고 어느 정도 아저씨의 심정도 이해가 갔기에 불만은 없지만 솔직히 실망스럽다는 것은 숨기기 어려웠다. 아버지랑도 호텔로 돌아와서는 서로 그 부분에 대해서 아쉬웠노라 이야기를 했으니.


 어쨌든 그래도 식사를 마치고 차를 한 잔 하러 피오네 집에 가게 되었다. 16년 만의 방문에 들뜨는 기분이었는데 심지어 가는 길이 너무 좋았다. 

 Potomac River & Washington Monument(On your left)

물론 위 사진은 사실 식사를 하러 가기 전이었지만 이런 풍경을 비롯해 식사 후에 가는 길도 미국 스러운 무언가 잔잔한 주택가들이 너무 좋았다. 특히 워싱턴 기념탑은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만큼 더 친숙해서였을까 더불어 저녁에 조깅을 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사실 우리 숙소는 너무 저소득층 동네여서 그런가 건물이 이렇게 여유 있고 따스함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오랜만에 내가 기억하는 미국의 분위기를 보니 반가웠다.


집에 도착하니 차고지에만 차가 3대 있었다. 아마 아빠, 엄마, 아들 이렇게 총 3대가 있는 것 같았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우리가 도착하니 피오네 어머니가 마중을 나오셨다. 되게 오랜만에 뵙는데 아주머니는 아저씨와 달리 예전 모습 그대로이신 것 같았다. 조금 웃긴 이야기이지만 약간 그 독특한 뉘앙스로 말을 하시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더욱 반가웠다.


 아주머니는 나와 아버지를 기쁘게 반겨주셨고 우리는 함께 차를 한 잔 마셨다. 피오 녀석도 내가 왔다는 소식에 방에서 내려왔는데 녀석은 나를 보자마자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놀랐고 나는 덤덤하지만 속은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모든 것은 '술' 때문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추억을 곱씹는 시간을 가졌지만 시간 관계상 나와 아버지는 내일을 위해 숙소에 돌아가야만 했다.


 긴 시간 보질 못했지만 만난 시간마저 짧아 더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어린아이가 아니니 확실히 해야 할 건 해야지 않겠는가? 어쩔 수 없이 다시금 호텔로 돌아왔고 오기 전 피오 녀석에게는 카톡 아이디를 교환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나도 당일은 너무 피곤해 카톡을 안 보냈고 귀국행 비행기에서 보냈는데 이 녀석 답장이 오는데만 거의 세 달이 걸렸다 하하!


 그렇게 미국에서의 나흘차도 끝이 나고 있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아버지 호텔 옆에 24시간 하는 맥도날드가 있었는데 참 그곳을 지날 때마다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할렘가 스타일의 흑인들이 너도나도 근처에 자리 잡고 떨처럼 보이는 것을 태우고 분위기를 험악하게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득 궁금한 게 그래도 꽤 높은 등급의 호텔이었는데(물론 아버지는 시설에 불만족을 표하셨지만 숙박비를 듣고는 놀라셨다. 1박 당 30만 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바로 근방에 그렇게 치안이 좋지 않다니 한국인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미국에서의 시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사실 처음을 제외하고는 너무 피곤하고 바빠서 제대로 즐긴다거나 감성을 느낄 시간이 없었는데 아마 6일 중 첫날과 함께 이 나흘째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첫날은 단순히 미국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넷째 날은 과거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었단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던 하루였다.


 지금에서도 다시금 그때 제대로 무언갈 못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그리움을 또 느끼고 있다. 언젠가는 꼭 편하게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마지막은 피오네 댕댕이 해피로 마무리하겠다. 솔직히 말해 16년 전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래도 귀여우니 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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