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사람은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또 육아를 하기 때문에 얼른 극복해야 한다.
무기력할 때면 나는 씻는 것부터 포기하고 만다. 읽는 사람들은 더럽다고 느낄 수 있고, 아니 실제로 더럽지만, 그게 사실이다.
일단 나에게 제대로 ‘씻는다’는 것은
두피 마사지, 얼굴 클렌징(팩), 치실 + 양치, 샴푸, 트리트먼트(헤어팩), 바디워시, 괄사 마사지, 바디로션 바르기, 튼살 크림 바르기, 제왕절개 흉터 연고 바르기, 기저부 마사지… 기타 등등
을 열심히 하는 과정이다. 쓰다 보니 많은 것 같지만, 별거 없다. 그래서 저런 것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나한테는 ‘씻는 거’니까. 그러다 보니 저렇게 할 엄두가 나지 않으면 그냥 안 씻는 거다. 저 모든 걸 하려는 건 어찌 보면 ‘깔끔 떠는’ 인간이라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예 씻지 않아버리는 더러운 인간이 되어버린다.
육아하면서 무기력해질 때마다 씻는 일을 자꾸 미뤘다. 아기를 매일 만지고, 씻기고, 심지어 젖을 주면서 깨끗하지 않은 내 상태를 보는 게 또 다른 우울과 무력감, 자괴감을 불러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았는데, 이게 꽤 효과가 있었다.
우선, 저 모든 과정을 이제는 예전처럼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거다. 시간도, 에너지도, 정신도 없으니 애초에 안 된다는 걸 인정하고 포기한다.
그리고 저 모든 과정을 토막토막 내서 짧은 블록으로 만들고, 나의 타임테이블에 하나씩 박아 넣는다.
- 손 씻고 바로 얼굴에 물 묻혀서 세수
- 윗옷 젖은 김에 머리만 감고 나오기
- 양치 후 목, 가슴도 슥 닦기
- 몸 샤워만 후루룩 하고 나오기
조금만, 대충대충 하기만 해도 기분이 훨씬 나아지고 몸도 상쾌해지더라.
뭘 하고 싶지도 않을 땐 아예 하지 않는 게 답일 수 있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더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뭐라도, 아주 짧게라도 행동을 취하고 나면 조금씩 기운이 오르는 게 느껴지고, 어느 정도 기운이 생기면 또 다음 것을 해볼 생각이 들더라.
나는 아주 조금씩 무기력함을 극복해 나가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아기를 매일 돌본다는 것 자체가 ‘완전 무기력’은 아니라는 뜻일 거다. 그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되고 격려도 된다.
“하면 되지. 뭐든 하기만 하면 되지.”
이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고, 들으며 모두가 기운이 솟았으면 좋겠다.
육아든 뭐든 다 행복하게 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