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 지중해식 식사를 4

완결

by 연우

염소 치즈란 무엇인가.


살면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우연이라도 마주칠 일이 없었다.


행운이었다.


남편: 웩. 느아..

나: ? 왜...


남편의 표정은 염소 치즈의 맛을 어느 정도 짐작케 했다. 무슨 맛 평가가 한 문장도 안 되다니. 먹기 싫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아름다운 무한도전에 참가 중이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야 했다. 포크에 치즈를 조금 묻혀 입에다 넣어 봤다.


나: ?????? 와.


미리 얘기하지만, 그때 염소 치즈가 유달리 맛이 없었던 걸 수 있다. 아니면 염소 치즈의 참맛을 알기에는 우리 부부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암튼 그동안은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큰 행운이었다.


시큼하게 톡 쏘았다가, 갑자기 짙은 목장의 향이 올라온다. 흙냄새일지, 여물 냄새일지 모를 냄새, 아 아닌가 염소 ㄸ.. 더 이상 말하고 싶지가 않다.


꿀이 같이 곁들여 나왔길래 꿀에 치즈를 살짝 뿌려 놓은 수준으로 포크에 담았다. 그리곤 다시 입에 넣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염소 치즈를 그제야 만난 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하얀 천막을 보고 모험을 떠나자며 나의 손을 붙잡던 나의 남편. 싱글벙글했던 그의 얼굴이 이제는 흐물흐물 해파리가 다 되어 있었다. 훤히 속이 다 보이는 해파리.


그 해파리는 나에게 모험은 그만두고, 이제 그만 호텔로 돌아가서 신라면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염소 치즈가 무척이나 강렬했나 보다. 다른 메뉴도 이어서 계속 나왔었는데. 그리고 그다음에 어떻게 됐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신행 첫날,

괌에서 지중해식 식사를 했다.


종업원은 함흥차사요, 염소 치즈의 맛은 우웩이나,

하얀 천막과 해파리 같은 N, T, P 남편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 어디나 하늘나라다.

매거진의 이전글괌에서 지중해식 식사를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