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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 Oct 18. 2023

부상을 바라보는 농구인의 마인드

의사가 3주라 말했다면 우리에게는 1주다

 대회 중에 부상을 입었다.


뭐 솔직히 그렇게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너무 아픈 나머지 선수들이 쓰는 그 멋지고 반짝반짝한 코트에 드러누워 장장 2분이라는 시간을 잡아먹으며 바닥을 뒹굴었을 뿐이지. 왠만하면 일어나서 교체를 하겠는데 사람이 너무 아프면 창피함이고 뭐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고 뭐고 그냥 드러누워서 끙끙거리게 되더라.

 다행히도 무릎이 돌아간 건 아니고, 그냥 타박상인데 조금 심한 타박상 정도. 그러니까 평상시에 가만히만 있으면 그다지 아프지 않은 그런 정도였다. 뛰면 세상 아프지만.


 농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부상을 많이 입게 되는데, 손가락과 발목이 가장 큰 대상이다. 발목은 한 번 돌아가면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한 번 부상을 당했을 때 충분히 잘 쉬어줘야 하는 반면 손가락은 솔직히 그거 그냥 테이핑만 하면 바로 농구 할 수 있다. 손가락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삐었는데 농구를 못한다? 그건 그냥 농구를 하고 싶지 않은 거다. 농구 하다보면 손가락 삐는 건 항상 있는 일인데 그럴 때마다 쉬면 농구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없을 걸.


 이런 나의 생각은 내 주위 농구하는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의견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같은 동호회 언니 A : 발목이 돌아가 병원에 갔으나 3주라는 말에 '오케이 1주면 뛸 수 있겠군.'이라고 말한 후 실제로 1주 후부터 농구함.

 같은 동호회 언니 B : 손가락이 만성적으로 삐어있어 그냥 농구 할 때마다 테이핑을 함.

 다른 동호회 언니 C : 손가락이 부러졌는데 농구 구경하겠다고 우리 연습할 때 와서 쉬는 시간에 3점 슛을 던짐. 심지어 손가락 난리난 상태로 농구 대회 나가서 슛 실컷 쏘고 나옴.

 다른 동호회 언니 D : 십자인대 수술 완, 어깨 수술 2번 완, 그러고도 농구하다가 다시 어깨 수술 하러 감. 아마 괜찮아졌다 싶으면 다시 돌아올 듯.

 같은 학교 선배 E : 대학 생활 내내 농구만 하느라 무릎이 좋지 않으나 무릎 아프다 하면서도 계속 농구함. 맨날 어깨 부여잡고 있는데 농구 쉬지는 않음.

 같은 학교 선배 F : 농구 하고 싶어서 어깨 수술함. 그리고도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서 농구는 매일 함.

 같은 학교 후배 G : 십자인대 나갔는데 회복기에 공만 던진다고 하면서 붕대 칭칭 매고 농구코트에 나타남. 뛰면 큰일나는 거 알면서 절대 안 뛸거라면서 몸을 들썩임

 같은 학교 후배 H : 농구하다가 허리가 나갔는데 쉬면서 하면 된다면서 픽업게임 뛰러 감.

 같은 동아리 후배 I : 발목이 덜렁거리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농구는 계속함.



 손가락 삔 건 부상도 아니다. 손목 보호대, 발목 보호대, 무릎 보호대, 손가락 보호대, 허리 보호대, 어깨 보호대 그렇게 늘어가는 보호대 속에 어떤 농구인은 장애인 판정을 받았음에도 농구를 하고 있고 어떤 농구인은 농구를 할 때마다 온 몸을 보호대로 무장하고 있으며 어떤 농구인은 자신의 몸은 이미 소모되었다며 아픔을 호소하면서도 농구를 한다.


 이런 비이성적인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떻게 이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어째서 병원을 가지 않았냐는 무수한 잔소리 속에서 간신히 병원을 갔다가 들은 한 마디.


 "엑스레이 상에서는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그 뒤에 뭐라고 했는지는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아무튼 의사가 보이게 내 다리는 멀쩡하다는 거다. 뛸 때마다 아픈 이유는 아직 타박상으로부터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내가 아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아무튼 그거다. 내 다리는 뛰어도 되는 상태라는 거다.


 이번 주에는 대회가 있다. 그것도 우리 코치님과 함께 뛸 수 있는 중요한 대회가. 정말 백 보 양보해서 내 무릎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으니 일단 내일 농구 연습은 쉬어야겠다. 심지어 어제 픽업게임도 한 번 쉬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쉬었다 이 말이다. 금요일까지 푹 쉬고, 그 다음은 테이핑님의 힘과 나의 의지를 믿는 거다. 괜찮다. 발목이 돌아간 것도, 어깨가 나간 것도, 십자인대가 나간 것도 아닌데 뭐.


'다른 동호회 언니 C'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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