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가 나를 데려온 시간들
요즘 부아c 작가의 수필집
외로우면 잘 사는 것이다를 읽고 있다.
젊은 작가의 문장인데도
삶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깊이가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음이 조용히 흔들린다.
그중에서도 오래 남은 문장이 있다.
"재능도 열정도 부족하다면,
끝까지 지켜주는 것은 끈기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며칠 전 송년회 장면이 겹쳤다.
회사 송년회에서
10년 근속패와 행운의 열쇠를 받았다.
돌아보면
나는 38년 동안 세 곳의 외국계 금융기관을 거쳤고, 신기하게도 세 곳 모두에서 10년 근속패와 부상으로 행운의 열쇠를 받았다.
계획된 인생도 아니고 멋진 커리어도 아니었다.
특출 난 재능도, 남들보다 화려한 스펙도 없었다.
오히려 동료들보다 부족한 점이 더 많았다.
승진에서 몇 번이나 누락되던 시절엔
마음속에 금도 생겼다.
아내에게
"여기서 대리 한 번 진급해 보고 나가는 게 소원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쓴웃음이지만
그때는 그 말마저 절실했다.
그래도 버텼다.
끈기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특별한 배경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나를 믿어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뒤처지는 것 같아 조급했던 날도 많았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의심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를 붙잡아준 건
스펙도, 재능도 아니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오늘 한다'는
아주 단순한 마음.
매일 조금이라도 부지런히 배우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루틴을 만들고,
그 루틴을 지키는 것.
그 느리고 조용한 축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부아c 작가의 문장이
남들보다 더 아프게 와닿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서운함, 수치심, 조용한 노력들이
책 속에서 모두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
"잘 견디셨어요."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재능도, 열정도
어느 날 나를 떠날지 모른다. 하지만 끈기는 나를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그 믿음을 가지고 오늘도 해야 할 것을 묵묵히 해나간다."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