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gu Jan 07. 2024

프랑스 가족과 크리스마스

푸아그라, 와인, 팡테, 치즈 파티


독일 교환학생 4달 차.

2023년 크리스마스는 프랑스 친구의 꼬심에서 시작됐다.


"우리 집 올래? 매일 아침 프랜치 바게트, 쇼콜라친으로 시작해. 저녁엔 프랑스 로컬 코스요리 먹을 거야. 그리고 모든 식사 후엔 치즈, 디저트 그리고 커피로 마무리하게 될 거야"


이 말을 듣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친구의 허풍이 아님을 확인했다.

지금부터 프랑스에서의 크리스마스(약 1주일), 시작.



2023.12.22-23

독일 쾰른에서 프랑스 툴루즈, Road Trip



가난한 대학생인 우린(한국인, 프랑스인, 브라질리언), 프랑스 친구의 차를 타고 툴루즈까지 가기로 했다. 그야말로 15시간짜리 Road Trip! 친구 혼자 운전을 해야 해서(보험 문제), 필자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잔뜩 사서 탔다. 우선 쾰른에서 파리로 가서, 친구의 누나와 그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 후로 차 2대로 움직여서 툴루즈로 들어갔다. 가는 길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추고 따라 부르고 온갖 사진을 찍으면서 움직였다. 하지만 5시간이 한계였다. 뒷 자석에서 코 골면서 자다가 친구들한테 놀림받았다. 미안했다...



23일은 여유 있게 움직였다. 셋이서 동네 산책을 하다가 맥주 양조장에 가서 한 잔 마셨다.

에일을 마셨는데, 이때 필자와 프랑스 친구가 쾰시(Kolsch)가 맥주의 한 종류임을 처음 알았다. 우리가 매일 먹는 그 맥주가 브랜드가 아니라 고유의 맥주였다고...?


저녁엔 친구 가족들과 다 같이 테니스를 쳤다. 그 후, 프랑스 친구의 친구의 초대를 받아 홈파티에 갔다. 새 집에 이사 온 기념으로 열었는데, 와인으로 시작해서 마약으로 끝난 파티였다(물론 필자는 하지 않았다..ㅋㅋ). 프랑스 친구들은 생각보다 개방적이어서 술을 마시다 말고 자신의 바지를 깠다. 갑자기 나가더니 책자판을 집에 가져오고, 집이 휑하다고 길가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를 가져왔다.

그래놓고, 저렇게 자기들끼리 스페인 춤에 맞춰 춤을 추고 놀았다. 한 근육질 친구가 내게 비주(bisou)를 해달라고 볼을 내밀었다. 웃으면서 비주를 하려는 찰나, 친구가 고개를 훽 돌려서 입맞춤을 하게 됐다.


남자와의 뽀뽀, 오랜만이었다.




2023.12.24

크리스마스 파티


24일은 모두가 분주했다. 음식과 그릇을 준비하고, 교회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말끔하게 입었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저도 모르게 홀릭해진다.


이곳에 있으면서 여러 집을 가봤는데, 식기다 다 이쁘다. 신기하게도 프랑스의 많은 이들은 가톨릭임에도 일 년에 2-3번 밖에 교회를 가지 않는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교회를 가지 않는다. 한국처럼 일주일에 1번씩 가고, 성경을 읽는 열정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돌아와서는 샴페인을 터트리고, 선물 교환식을 했다.

이곳에선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식구들의 선물을 두고, 다 같이 뜯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손님인 내 것도 4개나 있었다... 난로가 따뜻해서인지, 사람들이 푸근해서 그런지 온종일 따뜻했다.



대망의 크리스마스 식사가 찾아왔다.

엔트리부터 디저트, 마지막 기념 보드카를 마시고 끝내니 3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새벽 1시에 모두가 자러 들어갔다.



순서대로 연어 관자 볼오방, 코코뱅, 럼 아이스크림, 푸아그라, 티라미수와 정체 모를 디저트.

그 외에도 샴페인, 와인, 맥주, 팡테, A lot of 쿠키까지... 배 터지게 먹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 중에 휴대폰을 보거나 하지 않는다. 무조건 눈을 마주 보며 대화를 끊임없이 하며,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 9명의 대가족과 게임을 하면서 놀기도 했고, 각자의 문화와 정치 상황을 공유했다.


그렇게 앞으로 살면서 다시 겪을 수 있을까 하는 밤이 끝났다.




2023.12.25-28

툴루즈 즐기기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툴루즈를 여행했다.

친구가 인턴 했던 곳이 와인 제조장이었는데, 그곳에 놀러 갔다. 친구와 친분이 있는 와인 소믈리에가 오셔서 우리를 앉혔다. 와인 시음하는 법을 알려주시곤 화이트 와인 3개, 레드 와인 4개 등 총 7개의 와인을 하나씩 따르며 제조과정과 재료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우린 맛있게 마셨다.


마지막 밤엔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 행사가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바에 갔다.

물론 일찍 하는 가짜 행사이지만, 곧 다가오는 날인 만큼  인파가 대단했다. 프랑스 친구의 친구들 4-5명과 합류해서 바에 자리를 잡아 놀았다. 남자 8명이서 게임을 했고, 돌아가면서 맥주를 사는 식으로 12시까지 버텼다. 카운트 다운을 하니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친구들도 조금 있다가 빠져나왔는데, 중간에 약에 취한 프랑스인이 내 친구에게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장미 도시라고 불리는 툴루즈. 하지만 밤엔 조금 위험했다.

상황이 종료되고, 브라질 친구가 강에 노상방뇨를 하러 갔다. 근데 그곳에서도 약에 취한 사람이 친구에게 춤추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뛰어왔다. 소변을 끊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던 친구는 볼 일을 다 보자마자 줄행랑을 쳤다.



2023.12.28

툴루즈에서의 마지막 밤이 끝나고, 새해 카운트 다운을 위해 쾰른행 버스를 탔다.


한 나라의 문화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독일에 있어도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못했다. 이는 아시아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프랑스, 브라질 친구들 모두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족들과 아침, 점심, 저녁을 보내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로컬(?) 일을 겪으면서, 프랑스에 푹 담가졌다가 나온 느낌이다.


집에서 나홀로 집에를 같이 봤다. 그러고 공원에서 친구들 체스하는거 구경!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은연중에, 드러내지 않아도 미세하게 느껴지는 우월감 혹은 인종차별을 겪기도 하고, 음식 맛이 잘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엔트리-메인-빵-디저트-커피의 식사 과정을 매끼마다 거치고 외국어로 대화까지 해야 하니 에너지가 많이 갈린다. 다치면 한국만큼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항상 조심해야 했다.

술에 취한 친구는 물에 들어가자며 나를 들었다.


그럼에도 좋았다. 소설에나 볼 법한 화목한 가정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서 좋았고, 프랑스 와인을 질리도록 마신 것도 좋았다. 프랑스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장난, 농담, 인종차별적 발언을 접한 것도 모두 경험이 되어 돌아왔다. 교환학생에 온 목적을 이곳에서 마침내 달성한 것 같아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마음껏 느끼고, 보고, 들으며 세상을 한층 넓힌 기분이었다.

너무나 뜻깊은 경험이었기에, 이것을 추억하고 싶어 이 글도 쓰게 되었다.

Happy New Year!


작가의 이전글 여유라고 착각할 뻔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