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산 기억이 없다. 동시 쓰는 어른은 어떤 마음일까? 어떻게 아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할까? 동시를 읽을 때는 어떤 마음이 될까? 동시집을 구입한 이유는 민금순 작가 때문이다. 민금순 작가 작품이면 믿고 읽어도 좋다는 확신.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봐도 좋은 동시다. 문화예술 창작기금으로 코로나가 한창이던 21년에 출간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동시집 전체의 삽화가 아들 김한길의 비즈 작품이다. 아들이 3년에 걸쳐 만든 작품이란다. 모전자전이다. 그 성실함, 그 선함이. 시와 삽화가 함께 걸어간다. 동시와 더불어 비즈삽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흙 속을 이리저리
바쁘게 기어 다니는
지렁이.
꽃들에게
좋은 흙을 주고 싶은
엄마랑 지렁이랑
찌리찌리~뽕!
마음이 통했나 봐요.
「찌찌뽕! 」중에서
엄마는 가족에게 영양 좋은 음식을 줄 뿐 아니라 꽃에도 좋은 음식을 준다. 엄마의 이 마음은 징그럽기만 한 지렁이에게 옮겨간다. 엄마와 지렁이는 같은 마음이다. 덕분에 지렁이에게 애정이 간다.
어항을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개구쟁이 한길이
“유리에 손자국 생기니까
만지지 말아라”
“물고기가 추울까 봐
따뜻하게 해주고 있어요.”
그 고운 마음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전문
어른과 아이 마음의 온도 차이다. 개구쟁이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한길이. 어른이 닿지 못하는 곳, 아이들은 자연스럽다.
여행 가기 전
알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
꽃밭 물 걱정
아빠의 출근 걱정
우리들의 등교 걱정
식구들 먹을거리 걱정
자꾸만 쌓이는
엄마의 걱정 탑.
「걱정 탑」 전문
가족과 여행, 산행을 많이 하는 작가는 떠날 때마다. 걱정이다. 누구나 막상 떠나면 "쓸데없는 걱정"이지만,떠나기 전에는 누구나 걱정한다. 두 번째 연을 탑모양으로 묘사했다. 시각적 효과도 있고 재밌다.
고흐의'밤의 카페테라스' 다. 이 삽화 물론 한길이의 비즈삽화다. 저 카페에 앉아 귀를 기울이면 '개굴개굴, 귀뚤귀뚤' 소리가 들리겠다.
'꽃들은 색깔'로 말을 하다니, 작가가 꽃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다. 꽃을 좋아하는, 꽃과 대화하는 작가다. 내 말의 색깔을 찾아본다. 작가는 따뜻한 말을 하자라고 말한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나와 더 가까워진
저 구름
한 움큼 따서
맛보고 싶어
구름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진짜 진짜
궁금해!
「진짜 진짜 궁금해! 」 전문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구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구름, 어떤 맛일까? 구름을 먹는다는 표현은 이미 편견 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다.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한길이 대답이 듣고 싶다.
'크고 도톰한 책이 도착'하여 열심히 독서하겠다는 이미 굳어버린 생각이다. 수십 개의 딱지가 된 새 책. 웃음이 절로 나온다. 신선하다. 딱지를 만들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따뜻한 눈길. 새 책은 삽화 같은 호랑이가 나오는 두툼한 동화책이 아닐까.
작가는 서문에서 "어른들이 생각할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어린이들은 무척 신기해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의 반짝이고 순수한 마음"을 글로 엮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은 어린이의 그 마음을 읽고 잠시 휴식을, 멈춤을 한다. 또한 '칭찬으로 어린이들이 사람과 자연을 아끼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어린이날 민금순 작가의 동시에서 어린이의 순수함을, 어른이 놓쳐서는 안 되는 마음을 읽으며 동시의 맛을 봤다. 동시 쓰기는 힘들겠다.
민금순 작가는 일찍이 시와 동시로 등단했으며 이번 동시집이 네 번째다. 다섯 번째 동시집을 기대한다.
작가는 현재 브런치 '민휴'라는 필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비즈삽화로 엄마 동시집을 풍성하게 한 김한길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의 비즈삽화는 또 다른 동시다.